성공하는 웹툰에 대한 작법서를 쓴다면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혐오의 대상을 골라라. 두 번째 법칙, 대상을 정당하게 미워할 수 있는 부도덕한 흠결을 덧씌워라.
공개 직후 네이버 신작 랭킹 1위 셋째, 문명의 제약 때문에 정당한 응징을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한 상황을 만들어라. 넷째, 어떤 방식이든 그 제약을 넘어설 권력과 힘을 주인공에게 부여하라. 다섯째, 그 힘으로 혐오의 대상을 물리적으로 응징해 독자에게 쾌감을 주되 마치 정의구현에 동참하는 듯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라. 이것이 최근 박태준만화회사에서 제작한 네이버웹툰 신작 랭킹 1위이자 목요일 순위 2위까지 오른 이 단기간에 성공한 비법이다.작품 공식 소개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X 같은 법들로 가득하다.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고도 처벌받지 않았던 촉법소년들. 그 X 같은 법의 결과물들에, 지금부터 복수를 시작한다.’ 주인공 이윤성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지만, 그를 괴롭히다 못해 집안까지 풍비박산 낸 가해자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느슨한 처벌을 받자 그들을 직접 찾아가 복수한다.
사이다 학원물의 시대를 연 박태준 작가의 에서 노출 방송으로 남자들 주머니를 쉽게 열고 주인공 박형석에게 양다리를 시도하던 여성 캐릭터 유이는 철저히 비호감으로 묘사되며, 남자 친구에게 들켜 구타당하는 장면에 대해선 통쾌하다는 반응이 수만의 추천으로 베스트 댓글이 됐다. 에서 주인공 김부장의 딸을 괴롭히며 문제의 시발점이 된 주혜리는 아버지의 권력에 빌붙어 악행을 저지르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캐릭터이며, 에선 코인 가격 폭등으로 부자가 된 주인공이 과거 자신의 돈을 뜯어내고 사라졌던 전 애인을 무릎 꿇린다. 이러한 성공 패턴은 다른 작가 다른 작품에도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채용택 작가의 은 혐오에 기생한 사이다 서사의 패턴과 노하우를 아예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세계관으로 만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일종의 최종버전이다.
은 말하자면 에 대한 박태준만화회사의 대답 같다. 일정한 계보로 연결되는 동시에 다음 단계를 열었다. 앞서 에 대해 일종의 최종버전이라 했지만 은 아예 최종버전이라는 개념을 해체하는 듯하다. 이 체벌을 통한 참된 교육으로 상대를 갱생시킨다는 위선적인 기만으로 유지된다면, 은 굳이 갱생시킬 것 없이 상대를 절멸시키자는 욕망을 투명하게 배설한다. 사실 서사와 주제의식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은 허점투성이다. 상철이 지은 죄에 비해 소년원 수감이라는 낮은 처벌을 받긴 했지만, 그와 그 일당이 윤성 집에 불을 내고도 잡히지 않고 윤성에게 뒤집어씌워 더 괴롭힐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촉법소년이라서가 아니라 학내 권력과 압도적 폭력, 뻔뻔함 때문이었다. 흑막이었던 조영범이 윤성의 누나를 차로 치고 잡히지 않은 것도 촉법소년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범죄를 안 들켜서다.
위근우의 리플레이 지금은 혐오 대상이 촉법소년이다. 다음번엔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초등학생 자해공갈단과 그들을 ‘참교육’하는 보배드림 유저의 이야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질 나쁜 농담도 싱거운 기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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