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난 영화의 클리셰 중 하나는 대통령이다. 그것이 혜성 충돌이든, 팬데믹이든, 외계 침공이든, 수해든, 지진이든, 천재지변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우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재난 영화에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대통령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내내 실세에게 휘둘리거나, 하나마나 한 소리만 하거나, 기후위기에 미온적이며, 반대의 정치를 하는 대통령. 각 영화사 제공
그럼에도 이들 재난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구체적 개인으로서의 대통령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린 중차대한 결정을 고뇌 끝에 내리는 건, 대통령에게 부여된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 역할 때문이다. 거대한 재난의 불가항력 앞에서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건 대통령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혜성 충돌을 다룬 의 톰 백은 인류 멸망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인류 생존을 위한 지하 기지 프로젝트를 책임 있게 완수한다. 재난 영화라고 했지만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자체로 재난은 아니다. 이것들은 현상이며, 어떤 조건하에서 비로소 그 현상이 인간들에게 재난이자 재해로 경험될 수 있다. 가령 폭우가 현상이라면 불투수 면적의 크기와 빗물펌프장의 유무 등을 통해 수해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통치 권력은 그러한 조건을 인식하고 방비할 의무를 지닌다.
이처럼 재난을 부채질한 영화 속 무능한 대통령의 특성을 네 가지로 꼽아보았다. 1. 실세에 휘둘리고 2. 알맹이 없이 국민 타령만 해대며 3.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고 4. 반대의 정치를 하는 그런 지도자. 그렇다면 재유행 중인 코로나 팬데믹과 최근의 폭우와 수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인플레이션 및 식량 위기 앞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건진법사를 비롯한 ‘비선 실세’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만 5세 입학 정책 등 국민과의 소통 없이 무리한 정책을 시도하다 국민의 지지를 잃은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라 알맹이 없는 반성을 내놓고, 대선 후보 토론회에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RE100에 대해 모른다 답하고, 인사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전 정권을 소환해 자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과연 저 영화 속 가상의 지도자들과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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