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았던 이은영씨(가명·27)로부터 참사 전후 약 2시간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들었다. 은영씨는 참사 초기부터 골목길 아래쪽에 깔려있다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자이다.
재난이 특별하지 않다는 감각, 누구라도 그런 장소에 있을 수 있었고 내 옆에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7명이 숨졌다’는 건조한 문장으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핼러윈 이태원은 늘 사람이 많아도 서로 의상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할 정도 질서는 유지됐어요. 지옥철처럼 번잡해도 걷는 사람들끼리 말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방송도 하고…. 재즈바 ‘올댓재즈’ 쪽부터 메인거리 서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원래도 중앙 부분은 항상 떠밀려서 끼어서 가곤 했는데, 올해는 달랐어요.얼마 걷지 않았는데 길가까지, 심지어 상가 문 앞까지 사람들이 끼어있었어요. 주로 서쪽으로 가는 거리라도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원래는 우측통행을 지켰어요. 언제나. 그건 확실해요. 언제나. 그런데 이날은 막 밀리면서 보니까 우측통행 안 지키면서 틈을 비집고 반대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더 몰리고, 끼이고, 이런 상황이었던 거죠.
골목길 오른쪽에 지하클럽 있는 거 아세요? 골목 쪽에 턱이 있고 입구까지 계단이 두 세개 될 거에요. 그런데 거기 사람이 한 10명 엉켜서 쓰러져 있는 거예요. 골목길 벽이 지하클럽 건물 쪽에서 디귿자로 파여있어요. 사람들이 좁은 길에 끼어가다 갑자기 벽에 공간이 생기니까 밀려서 옆으로 쓰러진 거예요. 일정한 방향도 아니고 이리저리 엎어져서…. ‘아 소용이 없구나, 다들 오지 말라고 외치는데 왜 이 상황이 계속되지?’ 싶을 때 갑자기 너무 눌려서 숨쉬기가 힘든 거예요. 그제야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억지로 숨을 쉬려 했어요. ‘아직 몇 명 안 깔렸으니까 구출되겠지, 빨리 집에 가야지’ 이러면서 심호흡을 하다가…. 모르겠어요. 종아리가 너무 아파서인지 숨이 끊겨서인지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어요.
클럽 가드들이 그 손들을 잡아줬거든요. 저도 손을 뻗어봤어요. ‘가만히 있으면 나 죽은 줄 알겠다, 날 포기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오른팔을 어떻게 뻗어서 손만 폈더니 가드 한 분이 꽉 잡아줬어요. 자기가 정말 미안하대요, 죽지만 말아 달라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 손을 잡아주러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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