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과학에서조차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데, 정치에서는 마치 자신의 주장이 진실인 것처럼 교만한 주장만을 내세운다. 흄은 귀납의 스캔들을 이야기하며,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지만 맞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으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성적 판단이라고 했다. 상대가 있는 사랑의 경우에도 한 사람은 절반의 분량만 갖고 있는데, 정치권은 자신이 전부를 갖고 있고 언제나 진리의 편인 것처럼 행동한다.
영화로도 유명한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연인 사이의 감정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집필한 연작소설이다. 스무 살 대학에서 만나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우연한 오해로 헤어져 이탈리아 피렌체와 밀라노에서 각자 생활하다가 십년 전 여주인공의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떠올려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열정과 합리적 냉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두 연인의 애틋한 사랑은 결국 결실을 보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작품 후기에서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이 가진 분량은 절반에 불과하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의 사랑하는 열정을 보면 반드시 맺어져야 하는 귀납적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냉정함은 이를 거부하는 운명을 택한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도 열정과 냉정이 언제나 교차하기에 인생의 길은 어느 한 쪽으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과학철학자 카를 포퍼는 ‘오류가능성’이 존재해야만 과학이라고 했다. 과학은 새로운 발견이나 증명이 나타날 때까지만 잠정적 참이 된다. 언제나 변함없이 진실인 것은 믿음이고 종교의 영역에 속한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우리는 이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이성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도 과학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과학자들도 둘로 갈라져서 객관적 사실을 다르게 해석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확률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신념을 우선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해석의 영역이지 진실의 영역은 아니다. 흄은 귀납의 스캔들을 이야기하며,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지만 맞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으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성적 판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이성적 냉정함을 갖고 판단해야지 정치권의 감성적 열정의 부추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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