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찍이 우리나라 선비들 가운데 약간이라도 도의를 사모했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세속적 우환에 걸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소이다. (중략) 그들이 미진했던 점은 다...
“나는 일찍이 우리나라 선비들 가운데 약간이라도 도의를 사모했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세속적 우환에 걸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소이다. 그들이 미진했던 점은 다름이 아니라 학문이 지극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너무 높여 처신한 데 있고, 시의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세상을 경륜하는 데 용감했기 때문이오.” 1559년, 이황이 나아감과 물러남의 도리를 묻는 33세의 젊은 기대승에게 답한 편지의 일부이다. 기대승은 한 해 전 이미 대과에 합격했지만, 스스로 관직에 나아감과 물러섬의 도리에 어둡다고 생각하여 이황에게 그 처신을 물어왔던 터였다.
그러나 자기 수양이라는 전제를 충족했다 해도, 모두 벼슬에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수양 여부와 상관없이 ‘시의’도 판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의’는 ‘때에 맞는 적절성’이다. 즉 관직에 진출하려는 그때가 ‘유학의 도, 즉 도덕공동체 구현이 가능한 때’인지 판단해서 출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통시대의 경우 대체로 왕이 무도하거나 권력이 부패했다면, 시의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도덕공동체 구현’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없으므로, 이를 알면서도 굳이 출사하는 사람들은 출사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이었다. 이황은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 “시의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세상을 경륜하는 데만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역사와 현실]왕건의 유언과 ‘공심’태조 왕건은 고려의 다른 국왕과는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시조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고려 400여년 동안 반신반인 정도로 숭배를 받던 존재라 그렇다. 예를 들어 고려의 양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가사도우미로 번 재산, 다 주고 떠난 할머니…“힘든 아이들 위해 써달라”자식 없이 홀로 살아온 할머니 병원서 사망 전 5천만원 쾌척 “다 나누고 떠나는 게 도리”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석고대죄' 해야 할 때다집권 2년만에 대통령 퇴진론 나오는 현실...민주주의 퇴행 막으려면 선거로 심판해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대한민국 교육개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처방전, 여기 있다[서평] 김누리 교수 를 통해 본 우리 교육의 현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尹 ‘대파 875원’은 ‘한 단’ 이였는데…이수정은 “한 뿌리 얘기”“한 봉지에 몇 뿌리인지가 중요” 野 “尹 현실 물가 모른다” 맹폭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명수 칼럼] 국민정서법 무시한 罪가 더 컸다범죄인 후보 심판에만 몰입'국민은 甲' 현실 간과하고헌법 위의 국민정서법 무시중산층은 그 잘못 따진 것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