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타고 육로 방북했다. 이 고속도로의 기점은 평양 남단에 위치한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으로, 김정...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타고 육로 방북했다. 이 고속도로의 기점은 평양 남단에 위치한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으로, 김정일 때인 2001년 8월 세워졌다. 3대 헌장은 남북이 합의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이다. 기념탑 인근에는 “조국을 통일하려면, 각계각층 모든 동포들이 민족 대단결의 원칙에서 하나로 굳게 뭉쳐야 합니다”라는 김일성의 생전 발언이 새겨진 조국통일명제비가 있었다. 김일성·김정일 유훈이 담긴 이 기념탑과 명제비는 지금 북한에 가면 볼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기념탑을 “꼴불견”이라며 철거하라고 했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김정은이 지난 1월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란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곤 ‘통일’ 지우기도 본격화했다. 북한 애국가 중 한반도 전체를 의미하는 ‘삼천리’는 ‘이 세상’으로, 평양 지하철 ‘통일역’은 ‘모란봉역’으로, 평양 ‘통일거리’는 ‘락랑거리’로 바뀌었다. 판문점의 통일각 현판도 없어졌다. 북한이 이번에는 80번째 생일을 맞은 비전향 장기수 리재룡을 ‘애국투사’라고 칭했다. 북한은 2000년 9월 리씨가 북에 송환됐을 땐 “수십년 동안 감옥에서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조국이 반드시 통일된다는 신념”이라며 비전향 장기수를 ‘통일애국투사’라고 불렀다. 그 칭호에서 ‘통일’을 빼버린 것이다.
북한이 오는 7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1차 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을 할 예정이다. 현행 헌법에서 ‘조국통일’ 표현이 삭제되고, 남북을 ‘적대적 2국 체제’로 규정할 게 유력하다고 한다. 북한 어디에도 ‘통일’을 남겨놓지 않으려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한 ‘통일 의식 조사’에서 35%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해, 2007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남북은 아무리 눈으로 보이는 ‘통일’을 지운다고 모른 척할 수 없는 관계이고,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통일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은 평화가 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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