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달리면 달라집니다' - 달리기 전도사 안정은 SBS뉴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을 준비해 중국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같이 합격한 2백 명 가운데 199명은 조금 시차를 두고 비자가 나왔지만 이 사람에게만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지만 합격 통지 후 1년이 다 되도록 비자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항의하고 이유를 물어봐도 설명은 없고 기다리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처음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달린 것이 2016년 4월, 그로부터 6개월 뒤에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했다. 훈련이 충분치 않아 '30km 이후에는 거의 기어서' 결승선에 들어왔지만 그 성취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매일 새벽 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주말이면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다. 자신의 달리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다. '달리기 전도사'로 자처했고 사람들이 그 말을 자연스레 인정하기 시작했다."몰랐죠. 타이밍이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고요. 제가 달리기를 시작할 때만큼만 해도 아직 달리기 붐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때가 유명한 분들이 생겨나는 그런 시점이었던 것 같고요. 아직은 많은 분들이 있지 않아서 조금만 열심히 하면 금방 눈에 띄게 될 수 있었던 타이밍에 제가 좀 빨리 잘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셀럽이라고 불릴 만한 유명인이고 거쳐온 직업들도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나 사실은 눈물과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생활은 6개월 만에 끝났고 1년 넘게 준비해 중국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지만 한중 사드 갈등 와중에서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해 승무원 꿈이 물거품이 됐다. 대기업 계열 호텔 마케팅팀에서 일했는데 한 달 실제 급여가 130만 원 남짓한 비정규직 자리였다. 대학 때부터 연극배우에 뜻을 두고 대학로 연극 무대에도 올랐지만 무명 배우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에서 보면 자신이 아무리 뱃살이 있어도 그냥 멋있게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하시잖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아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고 내가 입고 싶은 옷보다는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내가 달리는 모양새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운동복을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었단 말이죠. 그래서 '당당하게 브라탑만 입고 달리는 여자들의 크루'를 한번 만들어 보자…""인스타에 반응을 보려고 올렸어요. 근데 여자분들 댓글이 엄청 많이 달리는 거예요.
"당연히 나이가 들면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달리기는 못 할 수는 있겠죠. 근데 저는 임신을 해서 그냥 배가 나온 상태로 달리는 모습을 일부러라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 나중에 아기 낳아서도 유모차를 끌면서 혹은 애를 등에 태우면서 달리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달리기는 2030의 전유물이 아니라 결혼을 해서도, 배가 나오고 좀 처졌어도, 애를 육아하면서도 얼마든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저는 아이들도 더 많이 낳고 싶기도 하고요."학교 다닐 때 국어는 별로 재미있는 과목이 아니었고 수능 국어 성적도 6등급이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달리는 동안 자신의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책을 써야 남들과 차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메모를 하고, 녹음할 수 있으면 녹음도 하면서 거의 6백 쪽 가까운 원고를 준비했다.
당당한 '관종' 자신의 어떤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필하는지,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하는 사람답게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민감하다. 자신의 달리는 자세와 달릴 때 표정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말 한마디, 글 한 줄까지 신경을 쓴다고 했다. 스스로 관종이라고 했다. 관종이라는 말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 사람 입에서 나오는 관종이라는 말은 당당함의 표현으로 들렸다.달리는 모습을 자신이 직접 찍고 직접 편집해서 SNS에서 올린다. 이런 모습을 연출되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SNS에 올린 것 외에 이 사람의 다른 모습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사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뛰는 폴로깅 이벤트, 수원 화성을 비롯한 경기도 문화 유적지를 달리는 행사, 브라탑을 입고 여성들이 단체로 달리는 행사는 기획된 이벤트고 일종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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