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려 명예훼손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박 판사는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정 의원 페이스북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로 사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경호처 소속 경호원, 경찰서 조사 결과, 권 여사의 진술 등을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박 판사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는 식의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대한민국 법정이 혼란스럽다. 방청석에서 배우자가 피고인 남편을 향해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훈계를 하고, 재판 중 변호사가 사임하고 퇴장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신병처리를 지연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마피아식 사법 방해”라고 맹비난했지만 법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형량만으로만 보면 박 판사의 판결은 양형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식재판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가 아닌 전임 재판부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양형위원회가 제시한 기본 형량은 징역 6개월∼1년 4개월이다. 다만 진지한 반성, 피해의 회복, 피해자의 선처 요구 등 감경 요소가 반영된다면 그보다 형량을 낮출 수 있게 돼 있다. 판결문상 이런 내용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이 엄벌을 주장한 측면이 커 보인다. 여기에 글이 올려진 2017년 9월 당시 이미 서거한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를 완전한 사적 인물로 간주하고, 글의 내용도 공적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공적 인물도 아닌 사람들의 개인사적인 일에 대한 거짓 내용을 게시했으니 확실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잘 맞춰진 논리다. 곧 박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박 판사가 법조인들의 신상명세가 기록된 한국법조인대관 등재 정보 삭제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올 3월 정 의원 사건 재판부를 맡은 이후 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을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 이전 글들은 정치적 판결을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현 여권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 법조계의 좌경화를 꾀한다는 학창 시절 글은 그렇다 치더라도 판사 임용 이후 올린 정치적 성향의 글이 문제가 됐다. ‘승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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