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취재차 방문한 농장서집으로 모셔온 딸기 화분을작은방서 정성껏 키운 경험빨갛게 익어도 맛 별로였지만개화·결실 생명의 수고 배우다
개화·결실 생명의 수고 배우다 한 달 전부터 집에서 딸기를 키우고 있다. 요즘 쓰고 있는 장편소설에서 딸기 하우스가 배경으로 나와 취재차 교외에 있는 한 딸기 농장에 방문했고, 간 김에 그곳에서 딸기 모종 두 포기를 샀다. 하나만 데려오면 혼자 외로울 것 같아서 모종들 중에 활기차게 잎을 피운 두 포기를 골라 집으로 가져온 뒤 이름도 붙여주었다. 딸기 화분과 함께 살면서부터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식물의 안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실내에서 딸기를 키우자니 햇빛이 걱정이었다. 내가 사는 집은 연인과 내가 '응달집'이라고 부를 만큼 볕이 잘 들지 않는다. 현관문은 북향이고, 침실과 부엌의 창은 서쪽을 향해 있어 집 안에서 그나마 해가 많이 드는 자리는 내가 작업실로 쓰는 작은방이다. 그것도 창가 앞 책장에만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치마폭만 한 햇살이 내리쬔다. 나는 매일 오전 10시쯤 딸기 화분과 가까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태양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모습을 이따금 바라본다. 초록 이파리에 투명하고 환한 빛이 가득 쏟아질 때면 괜스레 흐뭇하면서 속이 든든한 기분이다. 하지만 정확히 정오가 지나면 햇빛은 우리 집 창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나는 찬바람에 어린 식물이 냉해라도 입을까 얼른 창문의 겉창을 닫는다.연인과 함께 공원을 걸을 때면 우리는 딸기의 외출을 고려해보기도 한다. 사람들이 개와 같이 산책하는 것처럼 우리도 딸기를 데리고 나와 바깥바람을 쐬게 해줄까.
다행히 걱정과 달리 딸기 모종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무럭무럭 자랐다. 딸기 모종은 하얀 꽃잎을 옹기종기 피우고, 그 꽃자리에 쌀알만 한 연둣빛 과실을 만들었다. 이렇게 딸기가 되는 거구나! 나는 조금씩 알이 굵어지며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보면서 감탄했다. 요즘 과일값이 비싸다고 하지만, 보기에도 아까운 그 열매를 날름 먹어치울 순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과실이 흙빛으로 변해 가며 썩는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턴 열매가 적당히 무르익은 듯 보이면 줄기 끝을 똑 따서 작달막한 딸기를 먹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키운 딸기는 향긋한 향도 거의 나지 않고, 사 먹는 딸기보다 맛이 무척 심심했다. 내가 시기만 하고 하나도 달지 않다고 투덜거리자 가만히 딸기 화분을 바라보던 연인이 말했다.겨우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으니 이제 좀 쉬면서 몸조리를 하면 좋으련만, 우리의 딸기는 쉼 없이 꽃봉오리를 내밀고 연두색 씨방을 만들었다.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는 LED 등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그 주의 날씨를 확인하면서 나는 정말 딸기 화분을 품에 안고 나들이 가는 계획을 세워본다. 어느 햇살 좋은 봄날 공원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는 딸기 화분 두 개. 어쩌면 그런 장면이 담긴 쾌청한 소설 한 편을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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