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통령 퇴진 구호는 ‘김영삼’에서 시작됐다.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정리해고 반대 투쟁 폭력 진압, 이라크전쟁 파병과 비정규...
나의 대통령 퇴진 구호는 ‘김영삼’에서 시작됐다.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정리해고 반대 투쟁 폭력 진압, 이라크전쟁 파병과 비정규악법 통과,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 이유도 방향도 분명했다. 대통령을 바꾸자는 구호이기보다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였으므로 그것은 급진적 민주주의의 요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익숙했던 퇴진 구호에 이물감이 들기 시작했다.
수십 년 작동하던 정치 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다. 시스템을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안에서부터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선거제도나 결과를 존중하는 선이 관례로 유지되었다면 선거제도를 악용하거나 결과에 시비 거는 것이 정치가 된다.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을 정치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목표가 되고, 사법과 언론의 동원과 통제가 민주주의로 둔갑한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이 노동자나 여성, 소수자를 제대로 대표한 적 있었겠냐마는, 최소한 말로는 내가 당신의 편임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였다. 이제 정치인들은 당신이 나의 적임을 고지한다.
여야가 상대를 비난하는 수사에 경제와 안보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갖고 있는 구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정치가 실종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대화가 단절되는 자리만큼 타협이 빠른 자리가 있다. 우리 삶과 세계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토의하는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정치 실종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물가와 부채와 과로와 차별과 죽음에 응답하며 변화를 만드는 일이 정치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 읽기]우리, 팔레스타인“미국이 원자폭탄 터뜨려서 해방시켜줬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해방됐을지 몰라도 우리 원폭 피해자는 해방이 됐습니까.” 몇달 전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말이 잊히지 않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상 읽기]무기여 농촌으로 오라텔레비전에 소식이 들려오면 눈과 귀가 저절로 쏠리는 고장이 있다. 경북 상주시, 그중에서도 외서면이다. 외서면 봉강마을은 농활을 갔던 곳으로 혈연과 학연 아닌 아름다운 ‘지연’으로 남았다. 상주에서도 골짜기라 할 수 있는 외서, 내서, 은척, 화서면 일대는 황금 들판에 붉은 감나무가 어우러져 흡사 이발소 그림 같은 풍경을 지녔다. 하지만 요즘 이 마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상 읽기]청년세대와 연금개혁‘청년을 위한 연금개혁’이란 플래카드를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대 간 연대’가 아닌 ‘세대 간 공평성’을 연금개혁 원칙으로 제시했고, 여당도 ‘청년을 위한’ 구조개혁을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상 읽기]‘쿠팡법’만이 노동자 죽음을 막을 수 있다올해 국정감사에 또 쿠팡 계열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부터 중대재해와 블랙리스트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뭐 하나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자본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사실 쿠팡은 온라인 플랫폼 전자상거래로 출발한 지 14년 된 기업인데 아마존 모델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젠 쿠팡 없이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상 읽기]트럼프 통상을 다루는 세 가지 방법나는 2016년 8월 경향신문 칼럼에서 트럼프 현상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썼다. 그가 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7대 경합 주에서 모두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승리 연단 아래에는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의 좌절이 겹겹이 쌓여 있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에 의하면 미국 중산층의 전체 소득은 2009년 미국 상류층에 추월당했고 2...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세상 읽기]‘문란한’ 애도의 북소리를작년 이태원 핼러윈의 밤은 다소 한산했다. 놀러 나온 사람보다 경찰과 공무원이 더 많은 듯했다. 위압적으로 좁은 거리를 좌우로 가른 폴리스라인은 놀러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추방령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과 분장을 하고 그 거리를 돌며 사람들에게 보라색 리본을 나눠 주었다. 핼러윈을 즐기러 온 한산한 행렬은 리본을 건네받았다. 리본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