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가곡 ‘동심초’ 일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불행하였다. 이 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고 이를 통하여 점차로 북한 체제도 변화를 하여서 마침내는 평화적인 통일에 이를 수 있으리라는 우리 측의 생각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었다. '남북이 서로 다른 반대되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교류 협력을 통한 통일을 추구할 수 있는가?' 나의 답변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합의와 협력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불행하였다. 자제분들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다. 김정일 위원장 이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남한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마음에 크게 걸리는 일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친서와 함께 대규모의 사절단을 북한에 보내었다. 김정일은 이들을 접견하지도 않았고 대신 장성택이 만찬을 베풀어 술대접을 하였다. 그의 장기대로 손님들에게 술을 잔뜩 먹여 어떤 분은 토하기까지 하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친서를 휴대한 특사단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보고를 받은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이 정상회담 에 뒤이어 나온 북한 출판물 하나를 읽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실망과 분노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정상회담 이듬해에 나온 북한의 중편 소설 『만남』은 이 회담에 관하여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묘사를 담고 있다. 김 대통령은 늙고 불구인 모습인 반면에 김 위원장은 늠름한, 한번 보기만 하여도 감동에 겨워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영웅호걸의 모습이다.
또 다른 예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입장에 관하여서는 잘 모르는 채, 나는 양측이 적절한 타협을 통하여 일정한 합의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다. 말하자면 미국 측의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와 북한의 ‘제재 철폐’ 사이에서 일정한 타협이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북미 관계의 정상화와 북한 경제의 개혁개방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 타협을 통하여 미국은 이 지역의 안정과 새로운 외교적인 교두보를 얻고 김정은 위원장은 숙원인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양측의 생각이 전혀 다른 궤도를 달린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회담 성패의 키를 쥐고 있었던 미국이 좀 더 유연하고 장기적인 고려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 후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밟아갔다.
햇볕 정책이 시작되던 시기 외국의 언론인이나 전문가들에게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이 있었다. “남북이 서로 다른 반대되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어떻게 교류 협력을 통한 통일을 추구할 수 있는가?” 나의 답변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합의와 협력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결혼은 반드시 생각이 같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떤 분의 말씀대로 결혼 생활의 성공은 오히려 의사소통의 실패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 사회의 중요한 한 면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여 세상을 이루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9세기 초 영국 의회에서 등장한 ‘폐하의 가장 충성스런 반대 당’이라는 말이 그 이후 자유 민주 헌정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1826년 의회 토론에서 하원의원 존 홉하우스가 농담같이 한 말이다. 가장 충성을 다하면서도 반대를 한다니? 일견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왕에게는 충성하면서도 왕의 정부에는 반대할 수 있음을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이후 영국에서는 여당을 ‘His Majesty’s Government’, 제1야당을 ‘His Majesty’s most loyal opposition’이라 부르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반대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런 정치 문화가 자리잡을 여지가 없다.
서로 생각과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어, 서로 죽이고 살리고 하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이 인류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하여 마음을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애꿎은 동심초만을 탓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성숙한 민주 정치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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