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의미 있는 발언, 새롭지 않은 표현

대한민국 뉴스 뉴스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의미 있는 발언, 새롭지 않은 표현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newsvop
  • ⏱ Reading Time:
  • 88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9%
  • Publisher: 63%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정규 음반 [#HUMANKIND]

사회 문제를 어떻게 노래하면 좋을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세상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면 될까. 이 질문은 두 가지 질문을 포함한다. 지금 한국의 음악계는 사회 문제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지, 사회 문제를 표현한 음악은 그 문제를 예술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예술은 사회 문제만 소재로 삼거나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개인의 사적인 내면을 이야기하고,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며, 꿈과 좌절을 표현한다. 일상의 경험, 자연과의 만남, 인간관계도 작품이 된다. 국가권력에 의해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해온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문제보다 사회문제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훨씬 많고,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속한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에서 예술가의 시선이 현실을 향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예술이 사적인 고백이어도 좋지만, 인간의 본질과 공동체의 문제를 기록하고 증언하고 질문하며 성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부여는 예술이 오래도록 지켜온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한국의 예술 장르 가운데 음악이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해왔는지 다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 민중가요만이 아니다. 민중가요의 시대가 지나간 뒤에는 록, 재즈, 포크, 힙합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음악인들이 인권과 평등을 노래하고 연대해왔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음반 이 반가운 이유는 이 같은 현실에서 기인한다. 2010년 데뷔한 팝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은 그동안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사회문제를 노래하거나 연대하는 뮤지션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9일 발표한 정규음반 에는 다른 심규선이 등장한다. “우린 끝없이 뺏고 가지려 하네 / 범람한 강들과 타버린 땅 폐허와 연기뿐인데 / 우리 사람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혹은 악한가”라는 타이틀곡 ‘Question’의 노랫말을 들으면 이 음반이 심규선의 음반이 맞나 싶을 정도다.심규선은 인류라는 음반 제목에 맞게, 인간이 마주하는 고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존재와 문명을 진지하고 치열하게 직시한다. “우리 앞의 세계- 공멸하는 / 우리 앞의 세계- 구원이 없는 / 우리 앞의 세계- 끝을 향하는” 노래는 지금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들이 계속 표현했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좀처럼 형상화하지 않은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현실 인식이다.

비판하고 싸우는 이야기가 음반의 전부는 아니다. “그때 너의 안에서 터져 오른 외침은 이 노래는 너의 무대야 그 누가 아니라, 너의 삶이야 그 누가 아니라“, ”내가 여기 있을게 너를 안고 있을게 / 서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의지하니까“, ”그래 우린 이렇게 서로의 손을 꼭 잡았네 / 놓치지 않을게 나를 필요로 할 때 / 잊지 말아, 너는 곧 나고 나는 곧 너야“ 같은 노래들은 공감과 연민, 응원과 결합으로 채웠다. 다들 외롭고 힘들고 지친 세상,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좀처럼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심규선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 일어나 모질게 다시 가야 해“라며 결의를 다진다. 위로와 공감이 대세가 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이 최선처럼 여겨지는 세상에서 심규선은 위로하고 공감할 뿐 아니라 생의 의지를 다지고 문제의 원인을 분명히 하는 노래를 들려준다. 이처럼 정확한 인식과 의미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드문 음악 작품집으로서 심규선의 음반 는 값지다.

물론 익숙한 발라드의 언어로 비판과 성찰을 노래할 때 대중적으로 더 효과적인 울림을 선사할 수 있지만, 새로운 감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음악은 관습적 반응 이상을 끌어내지 못한다. 지금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나 카타르시스가 아니다. 전복과 도전이다. 이 음반이 의미 있는 발언과 성심을 다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2023년을 대표하는 음반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의미 있는 발언을 음악으로 잘 표현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newsvop /  🏆 6.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빈대 퇴치법, 뭐가 맞고 뭐가 틀리나 [앵커리포트]빈대 퇴치법, 뭐가 맞고 뭐가 틀리나 [앵커리포트]빈대 출몰에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셀프로 방역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데요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다는 겁니다.좀약과 베이킹 소다, 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윤석열 정권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윤석열 정권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안호덕의 암중모색]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대통령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발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인구 1위’ 자리 인도에 뺏기자 화난 시진핑, 여성들에게 대놓고 한 말‘인구 1위’ 자리 인도에 뺏기자 화난 시진핑, 여성들에게 대놓고 한 말“여성, 가정으로 복귀해 전통적 역할 해야”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한다는 취지 발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듣보잡·호가호위·발바닥... 홍준표, 인요한 만나 윤핵관 맹비난듣보잡·호가호위·발바닥... 홍준표, 인요한 만나 윤핵관 맹비난“발바닥 설치니 허리 온전한가” 지도부·친윤계 겨냥 강경 발언 쏟아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윤 대통령이 추켜세운 단체 회장, 그의 180도 다른 말윤 대통령이 추켜세운 단체 회장, 그의 180도 다른 말임준택 바르게살기운동 회장의 일본 오염수 방류 발언 극과 극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방사성물질 여과 안 된 고농도 후쿠시마 오염수, 매일 30t씩 바다로 흘러간다방사성물질 여과 안 된 고농도 후쿠시마 오염수, 매일 30t씩 바다로 흘러간다도쿄전력이 2019년 자료에서 추정한 통제되지 않은 오염수 누출양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3-28 01: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