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한 채에 4개의 간판이 걸렸다. 호객을 위한 파란색 영어 간판의 어색한 띄어쓰기는 서로 다른 외국인 집단 간의 공통어인 영어가 서툴게 작동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작은 건물 한 채에 한국과 유라시아의 문화가 뒤섞인 이곳은 김해시 동상시장의 밤 풍경이다. - 사진 한 잔,외국인 노동자들,다국어 경관,외국인 집단,김해시 동상시장,외국인 노동자,초국적 도시,최요한,OPINION
건물 한 채에 4개의 간판이 걸렸다. 먼저 1층에는 할랄 음식을 파는 이스탄불 식당과 ‘마가리타의 주방’이라는 러시아어 수식이 딸린 중앙아시아권 식료품 상점이 있다. 현지어와 영어가 도드라진 간판으로 보아 인근의 동향인 커뮤니티를 상대하는 가게로 보인다. 그 위층으로는 노래주점이 자리 잡고 있다. 호객을 위한 파란색 영어 간판의 어색한 띄어쓰기는 서로 다른 외국인 집단 간의 공통어인 영어가 서툴게 작동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벌써 문을 닫은 주점 위로는 세속의 계단을 지나 도달하는 성소처럼 러시아 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밖 다국적 언어들은 끼니를 해결하고 유흥을 즐기고 종교 활동을 하는 삶의 기본 조건이 국적을 초월한 누구나의 일상임을 실감하게 한다.
작은 건물 한 채에 한국과 유라시아의 문화가 뒤섞인 이곳은 김해시 동상시장의 밤 풍경이다. 김수로왕이 아유타국 공주와 결혼해 생겨났다는 원조 국제도시 김해는 이렇듯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 외국인이 몰려드는 그야말로 초국적 도시가 되었다. 이들은 주로 김해와 인근 산업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최요한은 1년 반에 걸쳐 한국의 다국어 경관을 기록했다. 서울의 이태원이나 동두천, 구로동처럼 흔히 떠오르는 다국적 거리에서 시작해 미군기지 주변이나 대구, 안산, 김해로 발길을 뻗어 나갔다. 자본이 개입해 부러 이국적 상권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대다수의 다국어 경관은 생계가 부담되지 않는 도시 외곽에서부터 자생적으로 생겨난다. 그 경관은 한국 사회가 애써 외면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신호이자 시각적 좌표다. 그 좌표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별 노동의 양상이나 번영과 쇠락, 문화 전파의 흔적이 나타난다. 최요한의 작업은 사월의눈 출판사가 한국 시각문화의 단면을 책으로 엮어내기 위해 기획한 결과물이다. 사진집 제목은 ‘어서 오십시오’. 작가가 외국인 거리에서 가장 많이 마주한 다국어 문구에서 따왔다. 어서 오라는 인류 공통의 인사는 그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초대의 말이자, 환대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외국인 노동자들 다국어 경관 외국인 집단 김해시 동상시장 외국인 노동자 초국적 도시 최요한 OPINION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간, 48년 된 미국 '스벅 1호점'지난 20일, 성탄을 앞두고 밴쿠버 집에서 차로 출발하여 시애틀 첫 방문 목적지인 스타벅스 1호점에 도착했다. 1976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48년 된 곳이다. 도착 예정시간인 오전 9시 30분보다 1시간이 지연된 오전 10시 반에 도착을 했다. 1시간이 지연된 사유는 밴쿠버에서 출발전 네비게이션에 스타벅스 1호점이라고 입...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우유 한 잔 마시면 대장암 위험 17% 감소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분석 결과, 우유에 함유된 칼슘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17% 감소시킨다고 밝혀진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정재, 한동훈과 저녁 식사 사진 해명 '동창이라 밥 한 번 먹은 것 외 이유 없다'배우 이정재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한 저녁 식사 사진에 대해 공식 해명을 했다. 그는 동창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만남이었고, 사진 유출은 억울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티스트 유나이티드가 래몽래인을 인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포르쉐 활활 불 탔는데…‘비행 일정’있다며 물 한 잔 붓고 사라진 여승무원서울 송파구의 한 번화가에서 주차된 포르쉐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식당 및 건물주 등이 피해를 본 가운데 차주로 추정되는 항공사 승무원이 “비행 스케줄이 있다”며 이를 방치한 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와 음식점 등이 밀집한 일명 ‘송리단길’의 건물주인 제보자 A씨는 16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최근 자신의 건물 1층 주차장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내란성 두통? 크리스마스 선물은 윤석열 탄핵![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241209~241213 오마이뉴스가 정리한 한주의 사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민간인이 롯데리아에서 '계엄 모의', 알고보면 끔찍한 이야기[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241216~241220 오마이뉴스가 정리한 한주의 사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