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참혹했습니다. 이번 강릉 산불로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불탔습니다. 한 명이 숨졌고 16명이 다쳤으며, 323세대 649명의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봄철이면 동해안 지역은 늘 비상입니다. 산불 피해가 유독 크기 때문입니다. 거센 바람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봄철 동해안 지방에 불을 몰고 온다는 화풍, 이른바 '양간지풍'입니다. 이번에도 강릉 지역에는 순간 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습니다.최근 10년 전국에서 발생한 5,352건의 산불을 전수 분석, 봄철 동해안 산불의 실태를 파악했습니다. 실태를 파악해야 공론화가 되고, 대책도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분석했습니다.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산불을 한 데 모아 점으로 나타내 봤습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최근이고, 위로 갈수록 큰 산불입니다. 산불 피해 규모는 워낙 편차가 커서 0~10ha, 10~100ha, 100~1,000ha를 같은 크기로 나타냈습니다.
최근 10년, 가장 큰 피해를 줬던 산불은 지난해 3월 울진 산불로 피해 면적이 1만 6,302ha,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두 번째가 울진 산불과 비슷한 시기 있었던 강릉 산불입니다. 강릉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초대형 산불의 피해를 봤습니다.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동해안 산불이 더 위력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지역 별로 나눠서, 산불 한 건 당 피해 면적을 조사했습니다.최근 10년 동안 전국 산불 총 5,352건의 한 건 당 피해 면적은 6.7ha로 계산됐습니다. 쭉 보시면, 서울과 수도권은 건 당 피해 규모가 소수점 아래로 작았지만, 산림이 많은 강원과 경북 지역의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림이 많은 곳에 산불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동해안 지역 산불만 선별해 분석해보니, 피해 규모는 64.6ha였습니다. 전국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그만큼 동해안 지역의 산불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전국 '봄철 산불' 건 당 피해 규모는 10.7ha입니다. 전체 기간 건 당 피해 규모인 6.7ha 보다 높습니다. 그만큼 봄철 산불이 강합니다. 그런데, 동해안 지역 피해 규모, 무려 127.3ha가 나왔습니다. 전국의 봄철 산불 10.7ha와 비교하면 1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동해안 봄철 산불은 한 번 나면 그 피해가 압도적이라는 것, 그만큼 위력적이고 지독하다는 것을 데이터가 방증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대기는 건조하고, 여기에 양간지풍이라는 기상 현상이 맞물리면서 화마의 기세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강릉 온 봄철 불청객…'시속 100km' 태풍급 돌풍 정체 도시 사람들은 산불의 무서움을 잘 알지 못합니다. 서울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에서는 산불 횟수도 적고, 나더라도 피해가 큰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산림도 적을 뿐더러, 불을 끌 수 있는 자원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상황은 심각합니다. 위 그래픽만 보더라도, 지역의 대형 산불은 최근 들어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도시 언론은 큰 산불 소식을 늘 톱 뉴스로 다루지만, 불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별 일 없이 지나가곤 합니다.
이번 강릉 산불은 강풍으로 전선이 끊겨 전기 불꽃이 발생하면서 산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실 상당수의 산불은 산과 관련 없는 사람들 때문에 생깁니다. 등산객에 의한 산불이 3분의 1이 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합니다. 봄철 유독 산불이 많은 건 기후 영향도 있지만, 나들이객도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여러 고민을 남기는 대목입니다.정부는 오늘 강릉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어제 단비 덕에 산불은 꺼졌고 그래서 뉴스는 줄어들겠지만, 앞으로도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지켜보며 기사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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