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함도 이어 사도광산 또 속은 외교장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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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한국 정부 추도식이 25일 일본 사도광산 조선인 독신자 기숙사 터에서 열렸다. 정부가 일본 지방정부 추도...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한국 정부 추도식이 25일 일본 사도광산 조선인 독신자 기숙사 터에서 열렸다. 정부가 일본 지방정부 추도식에 불참한 지 하루 만이다. 유족이 이렇게라도 격식을 갖춰 희생자를 추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그나마도 일본 정부의 무성의와 한국 정부의 무능으로 ‘반쪽 추도식’이 되며 망자와 유족의 한이 얼마나 풀렸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지난 7월 ‘강제노동’ 표현을 뺀 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줬을 때 파국은 예견된 것이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관련 전시실을 마련하고, 매년 추도식을 연다는 일본 약속을 받아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시물에도, 추도식에 참석한 정부 대표 발언에도 조선인들이 강제노동을 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외교부는 일본 측이 강제노동을 언급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다만 차관급 인사가 참석해 조선인이 겪은 고난과 희생을 언급하면 그것을 ‘강제노동을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포장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옹색한 논리는 그 인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극우 정치인이라는 사실 앞에서 무너졌다. 행사 이틀 전 일본이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참석을 발표하자, 외교부는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추도식 불참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 기조대로라면 돌을 맞더라도 그냥 가야 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러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쿠이나 정무관 말만 믿고 그의 야스쿠니 참배를 부인했는데, 자국 언론에서 ‘기억상실’이라고 비판받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분명한 점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 말만 믿고 또 당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일본의 하시마 탄광 유네스코 유산 등재 당시 외교차관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다. 치밀한 전략과 원칙적 대응이 얻어낸 외교적 승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그 후 “강제노동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입장을 번복했고, 이행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그 성과가 무색해졌다. 그런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것일까. 지난 1월 윤석열 정부 외교장관으로 돌아온 그는 비슷한 사안을 다루면서 똑같은 과오를 반복했다. 전적으로 그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이번 사태에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은 조 장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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