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 만난 블링컨, 한중관계도 조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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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 외교 수장으로서는 5년 만에 베이징을 찾았다. 블링컨 장관은 18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장시간의 회담을 갖고 19일에는 시진핑 주석도 만났다.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의 '디커플링' 대신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국 사이의 핵심 현안이었던 지난 2월의 정찰풍선 사태는 정치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대화에서"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특별한 합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블링컨 장관이 오판 위험을 줄이고자 모든 범위에 걸친 열린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관계가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중국 역시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왕이 정치국 위원은 블링컨을 만나 대만문제를"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진정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미중 사이의 전략 경쟁은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다만 미국이나 중국 모두 경쟁이 갈등으로, 갈등이 충돌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는 미 정부의 정책과 달리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지금 양국 사이의 경제관계는 정치적 이유로 단절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조정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한중관계는 점차 거칠어졌다. 특히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지칭하면서 한중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최근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거친 발언이 나오면서 대중정책이 여야간 정쟁으로 옮겨붙은 것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현 정권이 한미관계, 한일관계를 앞세운다고 해도 중국과의 관계를 이렇게 악화시키는 건 하등 이익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이 대중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면 우리만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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