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기억할 방법이 없는, 그래서 오직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나도 상상하고 싶어졌다. 🎬 김세윤(영화 칼럼니스트)
인간을 닮은 로봇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처럼 흔해진 어떤 미래. 제이크네 가족도 양을 구매한다. 다행히 딸은 양을 좋아했다. 양도 동생을 아꼈다. 더할 나위 없이 화목한 4인 가족이었다. 양이 고장 나기 전까지는. 다시 깨어나긴 힘들 거라고 했다. 양을 기증해달라고도 했다. 안드로이드의 기억 저장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싶단다. 하루에 몇 초씩, 어떤 ‘순간’을 저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데 그 ‘순간’을 선택하는 기준이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각해보겠노라, 제이크는 말했고, 양의 메모리 장치를 건네받았다. 눈앞에 양의 기억이 펼쳐진다. 방대한 파일이 마치 우주공간의 별처럼 점점이 흩어져 있다. 하나씩 불러내 재생을 해본다. 너무 사소해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힘든 기억의 파편들 가운데 한 여자를 가만히 지켜보는 영상도 있다.
거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거의 모든 순간을 강박적으로 ‘기록’하는 시대에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미, 어느 정도는 ‘양’의 시간을 살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학교 무대에서 공연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촬영하는 습관”이 있던 감독은 어느 날, “이제는 내 기억 속에만 그 순간들을 담아두겠다고 결심”했다. 기록되지 않은 순간이 잊힐까 봐 두렵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기억 속의 어떤 사건이 달라지고 어렴풋해지는 과정 또한 사랑스럽다”라는 믿음을 이 영화에 담았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부모의 인생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 처음 듣던 순간”의 느낌도 영화에 더했다. 안드로이드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제이크처럼, 그 역시 부모님 인생의 어떤 시간은 미처 상상해본 적이 없으므로. 당신들께서 기억을 꺼내줄 때 감독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양의 기억이 우주의 형상으로 제이크 앞에 펼쳐지듯이.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한집에 살지만, 엄마는 미안했고 아빠는 '스윗'했다한집에 살지만, 엄마는 미안했고 아빠는 '스윗'했다 편스토랑 심지호 류수영 이찬원 박솔미 김윤지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7613명 확진…어제보다 1천301명 적어 | 연합뉴스(전국종합=연합뉴스) 김병규 기자=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15일 오후 9시까지 7천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6811명 확진…어제보다 802명 적어 | 연합뉴스(전국종합=연합뉴스) 최인영 기자=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16일 오후 9시까지 6천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우크라이나 승리보다 중요한 것...윤석열 정부 위험하다우크라이나 승리보다 중요한 것...윤석열 정부 위험하다 우크라이나_전쟁 미국 러시아 무기_지원 전쟁이_묻지_않는_것들 이용석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윤 대통령 부부, '6·25유해' 유족 오찬... '여러분 한분한분 영웅'윤 대통령 부부, '6·25유해' 유족 오찬... '여러분 한분한분 영웅' 윤석열_대통령 김건희_여사ㅓ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