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러시아 미녀의 조건은?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미녀를 언급할 때 러시아를 드는 경우가 많다. 레프 톨스토이(1828~1910) 대작, '안나 카레니나'(18...

도광환 기자=미녀를 언급할 때 러시아를 드는 경우가 많다. 레프 톨스토이 대작, '안나 카레니나'가 미친 영향도 있을 것이다.'안나 카레니나' 하면 꼭 언급되는 그림이 있다. 이반 크람스코이 대표작, '미지의 여인'이다.'안나 카레니나' 집필 때 크람스코이가 톨스토이 집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들어 이 여인을 소설 속 안나로 보는 게 정설이다. 크람스코이도 안나를 당당하고 도도한 여성으로 묘사했다.그의 초상화 중 대표로 꼽는 작품이 '가을 화환, 베라 레핀 초상'이다. 가을 들판에 꽃을 들고 보일락 말락 미소를 던지는 여자는 레핀의 딸이다. 딸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 그린 작품일 것겠지만,"어때? 이 정도면 미인이지",하는 자신감도 드러낸 것 같다.러시아 미술사에 수많은 여성이 등장하지만, 러시아인들이 자부하는 전통 미녀를 그린 화가는 보리스 쿠스토디예프다.

대표작은 1915년 작품, '미'다. 잠자리에 들려는 한 나체 소녀가 화려한 침실에서 수줍은 듯 웃고 있다. 8등신 미녀와는 거리가 있으며, 몸집은 17세기 바로크 대가 루벤스가 그린 여성들처럼 매우 풍만하다.약 10년 후 작품, '러시아 비너스'는 위 소녀를 나이 들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그린 것 같다. 금발 머리에 비슷한 몸집을 가진 소녀가 러시아 전통 목욕을 하던 중 맑고 환하게 웃는다.'상인 부인과 차'라는 작품 속 여성은 이 소녀가 부유한 상인과 결혼해 성숙해진 모습인 듯하다. 오늘날 우리 눈엔 시급히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일 만큼 둥근 얼굴, 넓은 어깨, 굵은 팔목 등을 가진 여성이다.그녀가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간 '상인 부인 장보기'에서도 의상만 바뀌었을 뿐, 다이어트는 하나도 시도하지 않은 모습이다.

"내 앞에 '미녀'가 서 있었다. 번개를 한 번 보면 알듯, 나는 그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녀가 내 마음속에서 불러일으킨 것은 욕망도, 열광도, 쾌감도 아니었으며 어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슬픔이었다"병마에 시달리던 쿠스토디예프는 1916년부터 하반신이 마비돼 야외로 나갈 수 없었지만, 죽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으며 기억에 의존해 그렸다. 러시아에 대한 애정, 자연과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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