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빨갱이’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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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 중이라던 시기에 육사 측에서 이미 이전을 위한 용역 계약까지 ...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 중이라던 시기에 육사 측에서 이미 이전을 위한 용역 계약까지 맺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박정희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한 번도 문제된 적 없었던 홍범도 장군의 과거 행적에 공산주의 프레임을 씌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홍범도 장군이 스스로를 ‘의병’이라 지칭한 것을 번역한 ‘partisan’은 6·25 전쟁 전후에 활동한 ‘공산 게릴라’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맥락을 생략한 채 홍범도 장군이 빨치산으로 활동했다며, 현재 통용되는 부정적인 의미만을 부각한다.

국방부가 문제 삼는 그의 소련 공산당 이력 또한 윤석열 정부가 경계하는 분단 이후의 공산당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그의 입당은 독립군 생계유지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더군다나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국방부의 주장과 달리, 이들이 참고했다는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직접 가담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홍범도 장군의 이력을 왜곡해 문제 삼는 일에 대해서는 더 말을 보탤 필요도 없을 만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그 부당함을 적절히 비판해 주었지만, 논란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해 볼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은데 ‘의혹’이라는 무적의 단어와 ‘논증하지 않는 자세’다. 역사적 자료가 새로이 발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제까지 정립된 평가를 부정하려는 무리한 시도는 오직 ‘의혹’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는 모호한 단어에 의존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기려왔던 이전 정부 모두에 반기를 드는 일이자 역사적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학계의 평가를 뒤집는 엄청난 일을 벌이려 하면서도, 전혀 치밀하지 않다.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는 태도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이함을 기반으로 한다.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들의 논리적인 반박에 ‘저희는 저희 입장을 설명해 드린 것’이라는 무응답에 가까운 답변만 되풀이했다. 재반론할 근거는 없지만 입장은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말이다. 의혹이라는 갑옷을 두르고 최소한의 설득력도 갖추지 않은 주장만을 남발하는 방식으로 한 인물을 몰아세우는 것이다. 이는 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는 공산주의자들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한 인물을 거뜬히 몰아낼 수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보안 인가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와 그의 아내, 동료 과학자, 변호사 등은 그 의혹에 근거를 들어 합리적으로 반박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의혹은 한 번 제기되면, 이를 제기한 이가 아닌 의심을 받는 당사자에게 그 입증 책임이 전가된다.

빨갱이 낙인은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강력하게 기능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반공이 국가 의제로 자리 잡으며, 공산주의자는 적으로 상정되었을 뿐 아니라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죽여도 되는, 아니 죽여 마땅한 빨갱이로 전락했다. 문제는 공산주의자임이 밝혀졌기에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대상이 된 이들이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빨갱이로 간주된 사례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적과 아군을 판가름하는 기준인 듯 보이는 사상이나 이념은 치밀하게 검증되지 않으며, 표적이 된 누군가를 몰아내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된다. 이념 대립을 부추기기 위한 악의적인 의혹 제기가 수없이 되풀이돼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혹이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만으로도 빨갱이는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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