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칼럼] “세계 안보의 최대 위험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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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세계 안보의 최대 위험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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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영의 2021년 대선 불복과 의회 난입, 민주·공화에서 양 극단세력의 발호와 이를 중재해주던 중도·온건파의 실종, 대승적 공동선과 국가 이익보다는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에 치중하는 정치 토양 등 하스의 비관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러한 국내정치 구도가 미국 외교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갉아먹고, 그럴수록 동맹과 우방은 미국을 믿고 따르기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 연세대 명예교수 “미국인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건 항상 믿을 수 있지요, 시행착오가 있어서 문제지.”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진영에서 ‘자애로운 패권국’으로 자리 잡으며 동맹과 우방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와 숭앙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위상과 정책에 대한 비판이, 그것도 미국 내 주류 인사들의 자아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미국 무오류론’에 대한 거센 도전이다. 7월1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 회장으로 20년간 재임하다 퇴임한 리처드 하스 인터뷰를 게재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귀하의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지금 세계 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그건 우리.” 미국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2003년 하스에게 협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던 레슬리 겔브도 2009년 저서 ‘힘이 지배한다’에서 비슷한 경고를 했다는 사실이다. 미 국무부 차관보, 뉴욕타임스 논설실장을 역임하고 10년 동안 외교협회장을 맡았던 겔브는 당시 갓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헌정한 이 책에서 미국의 외교안보를 어렵게 하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위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스와 달리 겔브는 미국 민주주의 자체는 비판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트럼프 현상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미국 국내정치에 도사리고 있는 ‘세개의 악마’가 외교정책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통탄했다. 첫째는 가치와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해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이념적 경직성, 둘째는 정파적 이익 추구와 정치세력의 양극화 그리고 타협정치 부재로 나타나는 국내정치의 난맥상, 마지막으로는 자신감을 넘어 예외주의나 일방주의, 우월주의로 표출되는 미국적 오만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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