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명예회장. 내 할아버지는 언제나 나의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내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나침반이었고, 주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솟아난다는 것을 일깨워 주셨다. 할아버지 곁에서 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우고 싶었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분 곁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내게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
신격호 명예회장. 내 할아버지는 언제나 나의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내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나침반이었고, 주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솟아난다는 것을 일깨워 주셨다. 할아버지 곁에서 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우고 싶었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분 곁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내게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열정 덕분에 오늘의 롯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그 작은 추억의 조각들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지 모른다.
늘 회사의 성장에 몰두하면서도 할아버지는 롯데가 받은 사랑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 그들과 발맞춰 살아가는 것이 기업의 이익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해 오셨다. 나는 이러한 신념이 밑바탕으로 다져져서 지금의 '롯데재단'이라는 결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왔다. 내가 몸담은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 역경 속에서도 꿈을 향해 꿋꿋이 도전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그 첫걸음을 뗐다. 또한 당시에는 드물었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려 그들이 겪을 수 있을 산업재해나 임금체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시작을 기반으로 우리 재단은 다문화가정,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우리 시대가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할 이웃들을 살피며, 따스한 손길을 나누어왔다.
지난해 나는 롯데장학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내 인생의 지침서였던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영광을 안게 됐다. 취임 후 내가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나는 모든 사업의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한다'였다. 이것은 늘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거기 가봤나?"를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늘 '약골'이라고 불렸던 내게 결코 간단한 목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동 거리가 올해에만 지구 한 바퀴 반을 훌쩍 넘겼다는 것을 문득 떠올려보면 현장의 목소리를 갈구했던 내 '열정'은 아마도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산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한 사람이 가진 힘만으로도 이 세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이 체험해온 소중한 서사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나눔으로 전이될 때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재단의 사업을 통해 이뤄내고 싶은 꿈이다. 이곳에서 내가 일궈내고 있는 사업들은 결코 더 가졌음을 과시하거나 보기 좋은 장식품을 하나 달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내 마음이 울려서 하는 일'이다. 늘 누군가를 돕기 위해 고심했던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며 누구 하나 모자람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더불어 단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은 아이가, 롯데를 일궈낸 그 열정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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