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만 쓰는 말인가 했는데 'YOLO'라는 말이 유행하고 여기저기서 상호로까지 사용되는 것을 보면 국경과 문화에 관계없이 많이 사용하는 말인 것 같다. 사실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진정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 있다. '쉬엄쉬엄 즐겁게 살아' '있는 걸 누리며 살자'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아' '마음..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만 쓰는 말인가 했는데 'YOLO'라는 말이 유행하고 여기저기서 상호로까지 사용되는 것을 보면 국경과 문화에 관계없이 많이 사용하는 말인 것 같다.
사실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진정 하고 싶은 말은 그 다음에 있다. '쉬엄쉬엄 즐겁게 살아' '있는 걸 누리며 살자'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아' '마음 졸여서 뭐해' '할 수 있을 때 다해 봐' 등등. 어떤 이는 쉬엄쉬엄 여유를 가지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어떤 이는 현재를 누리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현재 있는 것이라도 나누라고 한다. 이런 표현들 모두가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이 중 어느 하나만을 따르는 것은 시간이나 역량을 허비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아까울 때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대응되는 표현 가운데 개인적인 역량이 충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한 사람들 중 '누리자'는 측과 '베풀자'는 측의 대비가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빼앗자', '갖지 말자'까지 행동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스스로의 역량으로 차지했으니 전리품을 확보했을 때 누리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반면, 우연히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선물처럼 좋은 것들을 차지하게 됐으니 상대적으로 고르지 않은 유전자를 받아 힘겹게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이 두 가지 지향성은 간혹 한 사람의 심리 내에서도 다툼으로 발전돼 작지 않은 번뇌를 발생시키지만, 사회적으로도 세력이 분화돼 끊임없이 대립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상반된 가치관의 차이 중에서도 이 두 가지 지향성의 차이는 다른 경우에 비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사뭇 크다. 두 지향성은, 현재 함께 마주한 문제적 상황에 대해 '무엇이 이러한 일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한 원인 파악이 다르고, '이 상황이 어떠한 상태인지'에 대한 진단이 다르며, 당연하게도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내놓는 대책'도 다르다.
조선 시대 당쟁의 역사를 기록한 '당의 통략'을 읽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또렷하게 들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도 마음속으로부터 분통이 터져 올라오는 것을 막기 어려울 때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책 속에 등장하는 당시의 선비들 각자의 마음속에 이 두 가지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고, 이 두 가지 흐름에 지배를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사이 세상의 움직임을 전하는 뉴스를 듣고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두 가지 가치관의 내적, 외적 갈등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려 보게 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매경춘추] 서봉총서봉총은 경북 경주시 중앙동에 있는 신라 고분이다. 1926년 고고학자였던 구스타브 아돌프 스웨덴 왕세자가 신혼여행차 일본을 방문하던 중 소식을 듣고 고분 출토에 참여하였다. 나는 2018년 스웨덴 주재 대사로 부임하여 스웨덴 주요 인사를 만날 때 한국과 스웨덴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한 소재로 서봉총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시기가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춘추] 생명을 살리는 문1989년 7월 11일 1호선 종로3가역에서는 환성과 박수 소리가 오랫동안 울려퍼졌다. 승강장에 있던 여자 승객이 선로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역 직원이 발견한 건 의정부행 K322 열차의 진입 알림이 울린 뒤였다. 직원은 곧바로 따라 내려갔다. 선로 위에 누워 있던 승객을 끌어안고 가운데 기둥 사이로 재빨리 엎드리는 순간 열차는 굉음을 울리며 두 사람을 스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춘추] 온기 있는 공동체'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17세기 영국 성직자 겸 시인 존 던의 '명상록'에 실린 산문시의 한 구절이다. 미국 극작가 토니 쿠슈너 또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인간의 가장 작은 단위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며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했다. 어떻게든 타인과의 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춘추] 왜 시작했을까나는 치과의사다. 여러 가지 직함도 있다. 2005년부터 서울대 교수이고 지금은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원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가장 고생해서 기억에 남는 일은 2015년에 건널목을 만든 것이다. 2013년에 관악서울대학교치과병원 건립 책임을 맡았는데 이 병원은 서울대 캠퍼스 내에 있지만 서울대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는 고갯길의 중간에 바로 위치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춘추] 다양한 크루즈 여행사람들은 흔히 지중해, 카리브해, 알래스카의 호화스러운 크루즈 여행을 상상한다. 나의 버킷 리스트 1위에 올라 있는 것도 역시 해외 크루즈 여행이다. 그렇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직장인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이 그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세 크루즈이다. 우리 여행사가 크루즈를 빌려서 운항을 하는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춘추] 정의오래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행이라는 단어를 써서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유행'했던 것은 맞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지식인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염려되었고, 이 책을 읽어야 정의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생길 것 같아서, 정의에 관하여 무언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