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원해고 통보받고 공장에 눌러앉은 ‘평균 52세’ 한국와이퍼 노동자들newsvop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한국와이퍼 공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그 안에는 ‘회수용’이라고 적힌 박스가 가득 쌓여 있었다. ‘덴소코리아’와 ‘한국와이퍼’가 함께 나란히 써 있는 이 박스는 이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 와이퍼를 납품할 때 사용되는 것이었다. 빈 박스를 회수해서 다음 납품 때 재사용한다. 그런데 이 박스는 더이상 활용되지 않고 가만히 쌓여만 있었다.17일 한국와이퍼 공장 1층 작업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난 노 모 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노 씨는 한국와이퍼에서 20년을 꼬박 일한 숙련 노동자다. 그동안 와이퍼 생산의 여러 공정을 거쳤던 그가 마지막으로 일하던 곳은 와이퍼 완제품 조립 라인이 있는 2층 작업장이었다.
‘이대로 나가면 다시는 못 들어오겠다’는 생각에 1층 작업장 안에 눌러 앉아 농성을 벌이게 됐다고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이 말했다. 그날부터 노동조합 조합원 209명이 조별로 돌아가며 매일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17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와이퍼 공장의 모습.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민중의소리‘해고’는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아든 조합원들은 담담하게 이날도 1층 작업장을 지키고 있었다. 노동조합 조합원임을 상징하는 주황색 조끼를 맞춰 입고 삼삼오오 모여 뜨개질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가 회사 입구 문을 열고 들어오니 경비아저씨가 ‘잠깐만요!’ 그러시더니 이 계단으로만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변이 벽으로 다 막혀 있어서 정말 황당했어요. 불도 안 켜져서 휴대폰 불빛으로 길을 찾아 올라갔는데, 노조 사무실에 더러운 정수기를 가져다 놓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고 울컥했어요. 우리가 여기서 몸 바쳐서, 젊음 바쳐서 일했는데 남는 건 이것밖에 없구나.” 노동자들을 더욱 화가 나게 하는 건, 지난 2021년 10월 한국와이퍼 노사가 체결한 ‘고용안정 협약서’가 한 순간에 휴짓조각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 핵심 내용은 “회사는 와이퍼 이외의 아이템 중 일부를 가져와 총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매출이 떨어지자,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합의했던 것이다. 특히 청산 또는 구조조정 시 노조와 사전합의를 해야 하고, 이 협약을 어기면 1인당 1억 원씩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담겼다.
그러다보니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고용승계만을 위한 게 아니게 됐다. 한국와이퍼 사태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 분회장은 “저희들 문제를 끝까지 알려서 적어도 ‘제2의 한국와이퍼 사태’가 나오지 않게 하는 투쟁을 반드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진짜 황당한 일” 정치권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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