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경찰에 유리한 소수의견 논리만 끌어와 항소심에 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대통령 집무실도 관저에 해당한다’는 소수의견을 끌어와 참여연대와의 소송 항소심에 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같은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관저에 해당하더라도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헌재의 소수의견을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다 소송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경향신문이 12일 입수한 경찰 측 항소심 준비서면을 보면 경찰은 헌재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할 때 제시된 별개의견을 인용했다.
문제는 별개의견을 낸 두 재판관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가 규정한 100m 이내의 옥외 집회 금지 구역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헌재는 경찰 측이 주장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넓은 개념의 대통령 관저라고 해도 인근 모든 집회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결론지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집시법 11조는 2024년까지 개정돼야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대통령 관저 집회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의 핵심 요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다’는 별개의견만 취사선택한 것이다.
경찰 측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밝힌 대통령실 이전 취지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청와대 밖으로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직접 발표하며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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