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에서 살다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들고 지루하게 마련이다.
눈 내리는 캐나다의 트레일을 걷는 한국 50대 남자들. 캐나다 한인동포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실행에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교육이민’의 목표를 이루고도 앞으로 캐나다에 계속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캐나다 삶이 갖는 이런 장점을 이야기한다. “자연이 좋아서.” “불필요한 인간 관계에 엮이기 싫어서.” “한국 정치에 신경 덜 써도 되니까”.
다른 할 일이 없던 나도 축구를 보러 다녔다. 우리 집에 텔레비전을 구입하기 전이어서 어느 선배 집에 가서 한국 경기를 보곤 했다. 집에 돌아오던 새벽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 연배의 어느 한국인 남자를 만났다. 아파트에 사는 걸 보니 그도 캐나다에 살러 온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축구 이야기를 하며 말을 걸었다. 나는 반가워서 “앞으로 자주 뵙겠네요”라고 인사를 했다.한국제가 고급으로 통하는 지금여기선 한국의 장점만 보이기 마련 나는 캐나다에 건너온 지 4년 만에 옷가게를 열면서 밥벌이를 비로소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사는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그 정도의 시간은 투자했다. 그사이에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까먹고’ 살아야 하니, 불안에 떠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몇 년 후에 과연 제대로 정착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 시기에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이런 고생 안 하고 한국으로 일찌감치 돌아간 사람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캐나다에 살러 와서 안정된 직장을 구하거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20년 넘게 잘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자녀들이 공부를 마치고 취직을 하고 나서, 그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역이민을 결행했다. 역이민은 부부 두 사람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캐나다로 이민을 올 때보다 훨씬 단출하다. 의료서비스를 비교해도 이미 오래전에 한국이 캐나다를 추월했다. 캐나다가 병원비가 들지 않는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약한 대목이 적지 않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병원 대기시간이 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에 가면 의료보험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빨리’ 치료나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는 있으나 한국처럼 단기간에 종합적으로 받기는 어렵다.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한국에서 치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온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 의료서비스의 탁월함을 이야기한다. 일종의 전도사가 되는 셈이다.
2000년을 전후해 캐나다 같은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살러가는 것을 두고 한국 언론은 ‘교육 이민’이라고 이름 붙였다. 입시지옥이 아닌 곳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이민의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지고 보면, 자녀들이 대학 공부까지 마치고 자립할 능력을 갖추었다면 굳이 다른 나라에서 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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