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설날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족들 사이에 정치 이야기가 튀어나왔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범한 ‘운전’ 이야기...
길고 긴 설날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족들 사이에 정치 이야기가 튀어나왔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범한 ‘운전’ 이야기도 정치만큼이나 껄끄러운 주제가 돼버렸다. 보자 보자 하니 아주 ‘뚜벅이’를 보자기로 보길래 정색하고야 말았다.
나는 자동차 있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서울에 살아 자가용 없이 잘 산다. 그런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한다. 이번 설에도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한다며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나는 25명이 탄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갔는데, 가성비 높은 민족 대이동이었다. 각자 이동했다면 자가용 25대의 에너지와 공간을 썼을 것이다. 365일 뚜벅이로 교통체증도, 공해도 일으키지 않은 내게 세상은 칭찬은커녕 지하철과 버스 요금 인상만 남겼다. 대중교통이 만성 적자라서 인상해야 했다고 한다. 근데 유류세는 왜 그토록 계속 깎아주는지 진심 묻고 싶다. 13차례나 연장해 유류세를 인하했는데, 우리나라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고 지금 환율이 얼마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경제만 생각해야 했던 IMF 외환위기 시절에는 장롱 속 금을 내다 파는 각오로 유류세를 2~4배씩 인상했다. 예전에는 유가나 환율이 폭등하면 유류세를 올려 유류 소비량을 억제하는 상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정반대다.
명절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는데 지금까지 4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났다. 그러려면 대중교통비도 깎아줘야 공평하지 않을까. 차라리 이 돈으로 명절 대중교통 반값 할인과 운영 확대를 했다면 도로 정체도, 오염도, 에너지 낭비도 막았을 것이다. 이 길이 기후위기 시대에 올바른 정책 방향이었다. 그뿐 아니다. 2024년 초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폐지되었다. 전철역 근처에 걸린 정당 현수막에 자동차 소유자의 보험료 부담이 줄었다며 자랑스레 적혀 있었다. 물론 자차가 없는 나의 보험료는 한 푼도 싸지지 않았다. 차가 없어서 정부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은 기분이었다. 서러우면 돈 벌어서 차 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많은 도로 건설비와 사고와 정체, 미세먼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과 폭설을 감당하기 두렵다.
대중교통비가 오르면서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되긴 했다. 하지만 독일의 ‘49유로’ 등 해외 기후위기 대응 대중교통 정책에는 한참 못 미친다. 왜냐면 기후동행이란 단순히 대중교통비를 ‘쬐끔’ 깎아주는 차원이 아니라 차 없는 사람을 기본값으로 여기는 도시 정책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대중교통을 타는 나라가 선진국이다”라고 한 콜롬비아 엔리케 페날로사 전 보고타 시장은 유류세를 인상하고 자동차 통근을 주 3회 이하로 제한했다. 대신 보고타의 풍경을 바꿀 정도로 수백개의 공원, 인도, 자전거도로, 버스 차선을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1억원이 넘는 차량취득권리증을 사야 차량을 소유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는 SUV의 도심 주차요금을 3배 인상했다. 우리는 싱가포르보다 1인당 자동차 소유가 약 5배 많고 SUV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자차 소유를 기본값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차 없는 사람은 가난하거나 그 나이 먹도록 운전도 못하는 덜 떨어진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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