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안전하지 못한 늙은 도시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의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이야기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낡은 하수관 탓에 발생한 싱크홀은 2600건에 달한다. 현지 언론은 노후한 도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하는데 돈도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노트북을 열며,하수관로 정비,도시 인프라,하수관 정비,싱크홀,노후 인프라,하수관,지반침하,도시 재개발

사고 수습이 이렇게나 어려울 줄 몰랐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야시오시의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싱크홀 이야기다. 당시 70대 운전자가 몰던 2t 트럭이 싱크홀 로 추락했는데 20일이 넘도록 구조를 못 하고 있다. 사고 직후 운전자와 대화도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의 생사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당시 폭 5m, 깊이 10m였던 싱크홀 은 폭 40m, 깊이 15m로 커졌다. 운전자를 구조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로를 제대로 복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노후한 도시 인프라 탓이다. 오래된 하수관 로가 싱크홀 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도로 아래에 42년 전에 설치한 하수관 이 부식돼 터졌다. 지름 4.75m의 관에 토사가 흘러 들어가면서 도로에 구멍이 뚫렸다. 트럭 운전자는 이 관에 빠져 하수 흐름에 따라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달리던 차가 갑자기 땅으로 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 1일까지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2건 중 65%가 상·하수관로 탓에 발생했다. 사실상 사고의 절반이 노후한 하수관 때문이었다. 서울만 봤을 때 상수관보다 하수관이 더 낡았다. 하수관의 55.6%가 30년 이상 됐다. 버리는 물보다 먹는 물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상수관은 녹물 등 수질 문제와 얽혀 그나마 교체가 빠르다. 하지만 하수관은 그야말로 티가 잘 안 난다. 게다가 하수관이 상수관보다 더 커서 시공도 까다롭고 공사비도 많이 든다. 수압이 센 상수관과 달리 하수관은 경사지나 장애물을 따져가며 설치해야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가 매년 교체하는 하수관은 50㎞로, 이를 위한 예산은 1500억원 수준이다.

결국 낙후한 동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민간 재개발이 돼야 정비가 된다. 과거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던 종로구 창신동 일대도 하수관로 정비가 주민 숙원사업이었지만, 비용 탓에 흐지부지됐다. 재생 사업비가 1000억원이었는데, 하수관 정비를 위해서 그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는 동네의 삶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서울은 물론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도시에서 앞으로 더 뜨거워질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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