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라산 아고산대에서만 서식하는 이 나비는 기후변화로 서식지 기온이 상승하자 조금이라도 기온이 낮은 곳을 찾아 점점 더 산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2022년 겨울, 전국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은 ‘미스터리’가 아닌 악재에 악재가 겹친 복합 재난의 결과였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꿀벌뿐일까. 꿀벌기획 마지막 편은 제주 아고산대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 산굴뚝나비의 ‘조용한 등산’을 다룬다. 기온이 계속 올라 서식 공간이 줄어든다면, 산굴뚝나비 역시 꿀벌처럼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지난달 29일 한라산 해발 고도 약 1000m 어리목 광장. 아래로는 제주조릿대가 땅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자라 있었다. 한라산 자생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다른 식물들의 생육을 막는다. 침엽수림이 시작되는 해발 1400m에도 제주조릿대는 여전히 땅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해발 1500m가 되자 비로소 제주조릿대 사이로 듬성듬성 다른 풀과 땅이 보이며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공기는 부쩍 차가워졌다. 한라산 윗세오름 초입이다.
김영숙 한라산국립공원 주무관은 “산굴뚝나비는 7월 보름에서 20일 정도에는 1700m 높이 정도에서 보이고, 8월로 넘어가면 장구목 오름에서 보인다”며 “8월15일이 넘어가면 백록담 근처에서만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연구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2013·2015·2016년 진행된 ‘멸종위기종 산굴뚝나비의 종 및 서식지 보전·복원연구’를 보면 월별 나비의 이동 변화가 뚜렷하다. 연구는 2015년에 나비에 특별한 표시를 해서 다시 잡히는 위치를 분석해 검은 선으로 7월, 붉은 선으로 8월의 이동 경로를 표시했다. 그러자 특히 수컷 나비의 8월 이동경로가 7월보다 유독 고도가 높고 서늘한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김도성 생물보전연구소장은 “8월이 되니 수컷 나비가 더워서 점점 활동 온도대에 맞춰서 올라가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김도성 소장은 2016년 산굴뚝나비 개체 수가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를 2016년 봄의 고온과 7~8월 폭염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그해 윗세오름과 한라산 정상에서는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상승한 때도 있었다. 김 소장은 “산굴뚝나비는 6~7월에 번데기 상태가 되고 7~8월에 산란을 하는데, 이상고온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 적응 범위를 벗어나면 폐사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조릿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다른 식물도 마찬가지다. 제주에 많이 살았던 손바닥난초, 한라송이풀, 제주달구지풀 등도 자랄 땅을 잃었다. 김영숙 주무관은 “2017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어승생악 오름이 가장 체감이 크다. 올라가는 탐방로에 제주조릿대가 늘어나 야생화가 거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리목 탐방로가 시작하는 해발 1000m 지점부터 약 1700m 지점까지 제주조릿대가 가득했다. 한라산 남사면의 영실탐방로도 마찬가지였다. 한라산연구부에 따르면 이미 한라산 아고산 지역의 88.3%를 제주조릿대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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