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치학도가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게 그렇게나 놀라운 일인가요?' '아니, 무엇에든 관심이 있다는 게 놀랍고 반가워서요. 좋은 세상 만들기와 권력 '정치에 관심이 있다니 도대체 뭐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죠?' '선생님, 정치요, 정치'.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말은 삶에 관심이 있다는 말과 거의 동의어처럼 들려요.
학교 선생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진로 상담을 하려는 학생들과 만나게 된다. 일반 공무원이나 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상담은 상대적으로 쉽다. 이미 많은 이들이 선택해 온 길이기에, 그 길이 갖는 근본적인 의미를 상담하려는 학생은 거의 없다. 그 길을 가는 데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담은 비교적 쉽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그 밖의 길을 가려는 학생들의 상담은 어렵지만 좀 더 흥미롭다. 소수가 가는 길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좀 더 숙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수가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갈 때는 대개 두려움이 엄습하기 마련이고, 특히 당장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담자가 그 두려움에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그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단에 이르렀을 때는, 그것은 좀 더 진지한 의미에서 ‘선택’이 된다.그 상처부터 직면하면 어떨까그런 선택 중에는, 학자가 되는 길, 창업하는 길, 시민운동을 하는 길, 그리고 정치인이 되는 길 등이 있다. 예전에 비해 작가가 되기 위해 국문과에 오거나, 별빛이 아름다워 천문학과에 가는 학생들은 크게 줄었다는데, 정외과 학생 중에는 여전히 정치인 되기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어느 날 선언이라도 하듯이 말하는 것이다.“아니, 무엇에든 관심이 있다는 게 놀랍고 반가워서요. 관심은 기적이에요.
“선생님, 전 꼭 권력을 가진 강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에요. 약자를 돕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권력이 필요해요. 약자 개개인을 돕는 일도 좋겠지만, 전 강자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이 세상의 구도 자체를 흔들고 싶어요.”“선생님, 혁명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세상에 혁명이라는 게 가능할까요? 그건 19세기나 20세기적인 발상 아닌가요. 혁명 이외의 방법으로 판 전체를 흔들어 볼 수는 없을까요.” “이 세상 구도 자체를 흔들고 싶다면, 혁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약자를 돕기 위해 권력을 갖고 싶다는 말은, 기득권을 흔들기 위해 기득권을 갖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어쨌거나 뭔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 기득권자들이 긴장하겠죠. 모든 종류의 변화는 그 변화로 인해 새로이 뭔가 얻는 사람과 잃는 사람이 생기니까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 여기저기서 현상 유지하려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교묘하게 방해를 시작하죠. 그리하여 기득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판을 흔드는 것은 물론, 판을 읽는 거조차도 여느 사람은 힘들어요. 목전에 닥친 과제에 심신의 에너지를 다 소모해도 모자란 게 보통 인생이니까요. 현실을 관찰하고, 그 구성 원리가 무엇인지, 그 속에서 각 행위자의 위상과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이 정도만 파악하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활동가는 활동하고, 연구자는 연구하는 분업이 일어나기도 하죠.
“이른바 위대한 사상가들조차 꾸준히 실패해왔죠. 급변하는 세상에서, 체계적이고 대안적인 세계상을 만들거나 포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몰라요. 그런 세계상은 평생 걸려도 못 만들지도 모르고. 만들어봐야 쓸데없을지도 모르고. 체계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억압하게 될지도 모르고.”“일단 지금 현재 통용되는 세계상에서 출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권력자들이 유포하는 세계상일 수도 있고,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세계상일 수도 있고, 자칭 급진적인 사람들마저 의심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세계상일 수도 있어요. 그것은 문제투성이인 이 세상의 ‘꼬라지’하고 연결되어 있겠죠. 그 통용되는 세계상, 혹은 상식에 약간이나마 균열을 내보는 일로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어요.”“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입니다. 예술가들은 체계적인 세계상을 제출하지는 않아도, 통용되는 세계상을 흔드는 데 일가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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