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 지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32쪽) 부자가 되었으나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없게 된 사람 슐레밀. 그림자란 형이상학적 본질의 부산물을 상징한다, 아니다, 그림자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 아니다, 그림자는 잃어버린 고향을 상징한다, 아니다, 그림자는 집단적 기억을 상징한다, 아니다, 그림자는 집단적 연대성을 상징한다, 아니다, 그림자는 성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등등.(162쪽) 인간의 해석이 늘 그렇듯, 이 모든 해석들은 다 일리가 있되 그 어느 하나가 유일하게 딱 맞는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인생은 일종의 거래처럼 보인다. 사회에 나아가 자기가 가진 재화를 거래하고, 그 거래 과정에서 끊임없는 손익 계산이 이루어지고, 그 거래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마침내 자신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향상하는 데 성공한다.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 그림자 를 판 사나이』의 주인공 슐레밀은 바로 그런 거래에서 ‘대박’을 친 사람이다. 자신의 그림자 를 건네주고 금은보화를 마음껏 꺼낼 수 있는 주머니를 얻는 데 성공했으니까.이 거래 덕분에 슐레밀은 엄청난 부와 호사를 누린다. 막대한 돈의 힘으로 호의호식을 하는 것은 물론 백작 행세를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림자 가 없는 슐레밀을 이상하게 여긴다. 그림자 가 없는 자신을 떳떳이 드러내지 못하게 되면서, 슐레밀은 점차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돈으로는 사람들의 입에 발린 호의만을 살 수 있을 뿐. 사람들은 그림자 없는 사람을 진심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악마와 거래를 통해 금은보화를 넘치도록 얻었으나 슐레밀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사랑하던 여인으로부터 버림받은 뒤 자신을 유폐하고, 이렇게 탄식한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단지 돈 때문에 그림자를 바치고 말았구나. 이제 이 지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부자가 되었으나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없게 된 사람 슐레밀. 그는 이제 정처 없이 걷기 시작한다. 어떤 해석을 하든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그림자는 돈보다 소중한 것이지만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림자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림자를 가지고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고 투자를 할 수도 없다. 그처럼 그림자는 쓸모없는 것이지만,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슐레밀처럼 비참해지고 만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에 따르면, 특히 부자가 그렇다. “당신처럼 부유한 사람은 그림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무엇이라고 딱 못 박아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림자는 쓸모없어 보이지만 소중한 것,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킨 인간에게 없으면 안 되는 어떤 것이다.그림자란 무엇인가. 그림자는 그 자체로 혼자 존재할 수 없다. 뭔가 물리적 실체가 있어야 그림자가 생길 수 있다. 그림자를 잃었다는 것은 물리적 실체를 잃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림자가 곧 물리적 실체는 아니다. 빛이 특정 각도에서 물리적 실체를 비출 때 생기는 것이 그림자다.
그러니 그림자는 그저 칠흑같이 검기만 한 어둠이 아니다. 19세기 영국의 예술비평가 존 러스킨은 그림자는 어둠이 아니라 어둠과 빛이 섞여 있는 상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시커먼 땅에도 자갈과 먼지와 나뭇잎에 반사되는 빛이 섞여 있기 마련이라고. 그저 밝기만 한 상태는 갓 태어났을 때로 족하다. 성장한다는 것은 곧 삶의 두께를 갖는 일, 삶의 두께를 갖는 일은 곧 입체적 존재가 되는 일, 입체적 존재가 되는 일은 곧 어둠을 받아들이는 일, 어둠을 받아들이는 일은 곧 그림자를 갖는 일이다. 성숙한 존재란 빛과 어둠이 함께 하는 존재, 명암이 함께 하는 입체적인 존재다.
달음질 그림자 자기 그림자 입체적 존재 입체적 성장 고속 성장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그 상처로 인해 정신의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 광인이 되는 것이요, 그 부서진 그릇을 긴츠기(金継ぎ, 깨지거나 금이 간 그릇을 칠기를 활용해서 복원하는 기법)처럼 엮어 다시 그릇 모양을 만들어 내면, 전보다 큰 정신의 그릇이 되는 것이다. 소일도 아닌, 정보 찾기도 아닌 독서 따라서 고전 읽기는 단지 정보를 위한 독서, 위로를 위한 독서, 공감을 위한 독서, 소일하기 위한 독서와 다르다. 고전 읽기는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따라만 했는데 돈 벌었네”…‘주알못’ 지갑도 두둑해지는 ‘이 투자법’ 뭐길래국민연금 매수 종목 분석 가정용 미용기기 돌풍 에이피알 이익률 20% LG이노텍 추가 매수 지분율 8.3%→10% AI 고속 성장 LG전자 ‘픽’ HD현대重 첫 배당금 전망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K-미용기기 고속 성장…에이피알, 동남아 흥행 이어 중동 진출아시아 최대 뷰티 박람회 참가 두바이 업체와 UAE 총판계약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현장영상+] 尹 '포퓰리즘적 현금 나눠주기 아닌 맞춤형 지원'[앵커]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성장 전망을 제시하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시작됐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데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만트럭 '한국 고객 신뢰 '완전회복' 노력…성장 지속에 최선'(인천=연합뉴스) 임성호 기자=독일 프리미엄 상용차 기업 만트럭버스 그룹(만트럭)은 한국에서 지난 3년간 진행한 제품 리콜을 통해 고객 신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용인 한우가 고급' 용인축협이 정육식당 하려는 이유[인터뷰] 최재학 용인축협 조합장, 80억 적자 이겨내고 현재 3조3천 억으로 성장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