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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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고전 읽기는 우리 정신의 임사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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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처로 인해 정신의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 광인이 되는 것이요, 그 부서진 그릇을 긴츠기(金継ぎ, 깨지거나 금이 간 그릇을 칠기를 활용해서 복원하는 기법)처럼 엮어 다시 그릇 모양을 만들어 내면, 전보다 큰 정신의 그릇이 되는 것이다. 소일도 아닌, 정보 찾기도 아닌 독서 따라서 고전 읽기는 단지 정보를 위한 독서, 위로를 위한 독서, 공감을 위한 독서, 소일하기 위한 독서와 다르다. 고전 읽기는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고전을 읽는 일은 정신의 작은 죽음이다. 고전은 우리 정신의 그릇을 뽀갠다. 마치 고래와 마주하는 것처럼 고전을 읽는 것은 거대한 존재를 마주하는 경험이다. 그 거대한 존재를 자신의 좁디좁은 정신의 그릇에 담으려다 보면 그릇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한다. 고전을 읽은 정신은 그렇게 상처 입는다. 그 상처로 인해 정신의 그릇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면, 광인이 되는 것이요, 그 부서진 그릇을 긴츠기처럼 엮어 다시 그릇 모양을 만들어 내면, 전보다 큰 정신의 그릇이 되는 것이다. 고전을 읽고 난 뒤의 정신은 상처투성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전보다 더 확대된 정신이다.따라서 고전 읽기 는 단지 정보를 위한 독서, 위로를 위한 독서, 공감을 위한 독서, 소일하기 위한 독서와 다르다. 정보를 얻기 위해 글을 읽을 때, 혹은 위로나 공감을 찾아 글을 읽을 때, 혹은 소일하기 위해 읽을 때 사람들은 각자 정신의 그릇에 안전하게 담아 둘 예쁜 혹은 유용한 물건을 찾는 중이다.

고전 읽기를 통해 조잡한 정신이 죽는 체험을 한다고 한들, 인간이 곧 위대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어떻게 위대할 수 있겠나. 물론 인간은 가끔 기특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멋진 가사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숭고한 감정을 품기도 하지만, 인간은 대체로 비열하다. 그러나 비열하지 않은 상태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상상은 엄청난 상대를 인정하고 마주할 때만 가능하다. 자기보다 허약한 상대를 짓밟음으로써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우월한 상대를 헐뜯음으로써 존귀해지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함으로써 인간은 간신히 잠시나마 비열함을 벗어난다.

그 세상은 통상적인 선악의 범주를 넘어서 있을지 모른다. 그 상태를 꼭 선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입에 발린 선함이 아니라, 강력한 악과의 대결 속에서 단련된 선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 상태를 꼭 악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약자를 괴롭히는 조잡한 악이 아니라, 매혹적인 아름다움마저 구현하는 강렬한 악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니 궁극의 상태는 그저 장엄하고 아름다운 상태. 진리라는 이름의 거대한 고래가 물 밖으로 나와 몸을 비틀 때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거기서 악을 볼 사람은 악을 보고, 선을 볼 사람은 선을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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