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해마다 수능 시험에 관한 토론에서 ‘나쁜 문제’에 대한 비난이 빠질 수 없다....
해마다 수능 시험에 관한 토론에서 ‘나쁜 문제’에 대한 비난이 빠질 수 없다. 문제에 오류가 있는 경우는 물론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의미의 ‘나쁨’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 가령 수학 시험의 가장 고난도 문제들은 ‘비비 꼬여 있다’는 것도 잦은 불평 중 하나다.
좋고 나쁜 문제 판단이 어렵다는 사실은 수학 연구에서도 부단히 나타난다. 수학은 다른 학문 체계에 비해 논리전개의 투명성과 엄밀성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논리가 옳아야 한다는 것은 문장의 문법이 맞아야 한다는 정도의 학문적 필요조건이다. 연구의 중요성을 주장할 때는 거기서 다루는 문제나 이론이 어떤 의미에선가 좋다는 판단을 수반한다. 따라서 뛰어난 학술지에 주어진 논문을 게재하느냐는 결정도 궁극적으로 그 논문에 얼마나 좋은 수학이 풍부하게 들어있는지 판단에 의존한다. 그리고 거기서는 상당한 의견 차이도 날 수 있고 시대에 따라서 수학계 전체의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다.
요점은 이 문제가 풀리기 전까지 그 중요성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령 18~19세기 가장 뛰어난 수학자로 평가되는 가우스는 그것을 어렵기만 하고 별 의미 없는 여러 문제 중 하나라고 비꼬았다. 내용 자체가 너무 간단해서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아마추어들의 관심도 지속해서 끌어왔다. 와일즈 자신도 어린 시절 이 문제에 끌린 이후로 별 중요성이 없다는 판단에 어른이 돼서는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수학의 가장 고등한 이론 중 하나로 꼽히는 랭그랜즈 프로그램의 일부인 시무라-타니야마 추측으로부터 페르마의 정리가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그 추측을 증명하는 데 전념해서 결국 성공하고 그로부터 페르마의 정리도 덩달아 해결됐다. 그렇다면 그 중요하다는 랭그랜즈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너무나 많은 배경지식과 고등한 언어를 요구하기에 수학자들 대부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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