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책임있는 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변명과 막말을 늘어놓으며,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죄책감을 먹이삼아 빠져나가는 사이에, 우리는 좀 더 열심히 돌보지 못했다. 이 말을 강하게 해드리지 못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1. 슬픔과 분노로 힘들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직후에 이 글을 청탁받았다. 슬픔과 분노를 차분하게 표현해달라고 했다. 항상 늘 그렇듯"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글로 담아낸다는 것은 이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내 능력치로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리고 어느덧 한달도 훨씬 지나 오늘이 49재 날이다. 내가 불교도는 아니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일곱번, 울렁거리는 마음으로, 그 거리에 서 있었을 사람들을 온몸으로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인파에 이리저리 밀리며 참석했던 여러 가을 밤 축제 공기의 촉각과 후각을 떠올리며, 나를 끊임없이 이태원 그 자리로 들여보냈다. 숨이 막혔다. 이제 내세로 떠나는 그분들을 위해 이 글을 시작해야만 한다.
텔레비전을 켰다. '압사'라고 했다. 화면에는.. 길바닥에 축 늘어져있는 사람들과.. 급박하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 모습이 나왔다. 수십명이 동시에... 뉴스는 그날 하루종일 그 장면을 무한재생으로 틀어줬다. 법적 책임을 따지기 전에 정치적 책임부터 져야 상식이다. 그러라고 정무직 '어공'이 있는 거다. 일주일의 애도기간이 끝나면 책임을 묻는 시간이 될 거라고, 윤 대통령의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며, 개각 수준의 경질이 있거나 적어도 경찰청장은 경질할 거라고 언론은 군불을 피웠지만, 대통령은 50여일이 되도록 아무런 결단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태세다. 경질은커녕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 오며가며 '슬프고 미안하다'라고 하면 사과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피해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함께 모여서 정부에 사과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체적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고 삶을 회복할 수 있다. 그게 우리 일상이었다. 인파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며, 서울을 살았다. 그래도 죽지 않았다. 그래도 죽지 않을 거라는, 미래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다. 다른 말로, 그래도 죽지 않고 지나갈 거라는, 안일함이 있었다. 모든 참사는 그런 느슨함에서 온다. 국가는 그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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