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여년 만에 안 ‘중학생 작은할아버지 사연’newsvop
2023년 4월 1일 제주도 제주시 화북1동 4410번지 일대 곤을동 터. 곤을동은 4.3 당시 약 70여 가호의 주민이 살았던 전형적인 해안 자연마을이다. 곤을동은 1949년 1월 4일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됐다. ⓒ민중의소리
우리 가족은 매해 4월의 봄이면 작은할아버지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에 올라온 작은할아버지 사진은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이었다. 영정 사진이 이상했던 어린 날의 나는 부모님께 “왜 작은할아버지 사진은 어릴 때 사진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대답은 “4.3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는 짧은 대답뿐이었다. 그 뒤로 4.3이 무엇인지, 왜 돌아가셨는지 자세히 묻지 못했다. 물어도 답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후에도 큰아버지께도 여러 번 물었지만 “4.3 때 돌아가신 분이고, 자식이 없고 돌아가신 날을 알 수 없어, 태어난 날에 우리가 제사를 차려드리고 있다”는 말 외에 더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그 무렵 우리 가족도 4.3 연좌제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적이 기준치를 넘어도 여러 차례 사관학교와 공공기관 최종에서 떨어진 이유를 몰랐던 아버지는, 연좌제가 풀린 전두환 정권 때 마지막 희망을 안고 지원해 늦깎이로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이제 내 나이 30대 중반이니, 우리 가족의 사연을 알기까지 30여 년 걸린 셈이다. 이렇게 4.3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있었고, 대통령의 사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내 가족의 이야기를 내 가족에게 털어놓기’ 쉽지 않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여러 4.3 유족이 그때의 일을 가슴에 묻고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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