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② 파시즘과 극우개신교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사태는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을 거치며 극우파시즘의 발호를 안팎에 과시했습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극우세력의 음모론적 주장과 폭력적 양태가 거리를 채우고, 보수여당마저 끌려가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우리가 그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등장한 파시즘의 현상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진 대로 그 기원은 1920~30년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주도한 파시스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정작 파시즘을 말할 때 그 전형은 독일의 히틀러가 주도한 나치즘을 연상한다. 훨씬 파급효과가 컸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파시즘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나치즘은, 국가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사회진화론에 근거한 인종주의와 차별주의 등을 골자로 하여 전 사회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체제를 구축한 데 그 특징이 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양상을 덧붙인다면 그것이 단지 일부 집권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중의 호응을 동반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그 파시즘 체제는 합법적 절차를 통하여 형성되었지만, 기존의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민주적 절차를 뛰어넘는 극단적 성격을 띠었다.
극우 개신교는 어쩌다 그 음험한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극우 개신교의 정치적 집회와 그 사태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상 분명하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전광훈의 메시지와 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벌인 이들의 동기가 일치한다는 점에서만 그 상관관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전광훈은 공공기관의 합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언행을 수없이 반복해 왔으며, 윤석열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는 “서부지방법원에 구속영장 청구하면 서부지방법원도 불 속에 넣어 태워버려야 한다”고 하기까지 했다. 실제 난동을 벌인 당사자 가운데 일부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확인되었다. 전광훈은 부인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그 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한편으로는 반공주의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성장해 왔다. 이는 분단 이후 한국 사회의 지배세력과 이해관계를 같이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적 근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형태였다. 거시적 맥락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해 왔을 뿐 아니라 교회의 유력자들과 정치세력이 긴밀한 유대관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해 왔다. 교인들은 그 가치를 내면화했다. 그와는 달리 민주화와 인권, 그리고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개신교인들이 의미있는 대안세력으로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강고한 지배체제 안에서 보수 개신교는 그렇게 그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보수 개신교 가운데 일부 세력이 그렇게 극우로 치달으며 보수와 극우가 갈렸다. 한기총은 극우를 대변하는 기관이 되었고, 더불어 지위를 둘러싼 내부 스캔들에 휩싸였다. 한기총을 대신하여 2017년 보수 개신교 연합기구로서 한국교회총연합이 결성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극우 잔존 세력의 중심에 전광훈이 우뚝 섰다. 보수 개신교와 극우 개신교가 가치를 상당 부분 공유하면서도 다른 점은 지난 2월 24일 한교총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서도 확인된다. 역사적으로 파시즘의 위기는 언제나 사회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경제적 격차로 인한 상실감과 사회적 차별로 인한 소외감이 그 자양분이다. 이를 정치세력이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의지를 구현하고자 할 때 파시즘 현상은 파시즘 체제로 귀결된다. 그 누구도 곤궁에 처해 있는 나를 대변해 주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깊어갈 때 환상에 기대는 파시즘의 유혹은 떨칠 수 없게 되며, 그 위에 위험한 정치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 그 점에서 사회경제적 평등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의 강화, 그리고 그 누구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정치적 대의제 구현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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