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224건, 그 후] 50년 전 간첩으로 몰린 납북어부의 눈물](https://i.headtopics.com/images/2022/9/2/kyunghyang/9144397440325421058199-1565463831056330752.webp)
한적한 어촌 마을의 부둣가에 차를 세워 걸음을 옮겼다. 얕은 언덕 위 빨간 지붕의 시골집 입구에 살구나무가 그늘을 드리웠다. 마당엔 깨와 고추가 널렸다. 처마 밑에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평옥씨(83)였다.
신평옥씨 부부는 50년 전 일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 풀린 듯 한 표정을 지었다. | 전현진 기자
신평옥씨는 다 빠진 앞니를 가리키며 “발음이 안 좋아서”라고 웃었다. 기자가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하며 두서없이 쌓아둔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 마현자씨가 곁에서 거들었다.이야기하던 중 신평옥씨는 눈을 비볐다. 엄한 아버지였던 신평옥씨가 처음 만나는 30대 남자 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1971년 5월 15일, 전북 군산항을 떠난 유자망 어선 동림호의 선장 신평옥씨. 그가 이 배의 선장으로 일한 지 2년쯤 됐다. 어청도 인근이 목적지다. 며칠 동안 정신없이 조기 조업을 벌이다 20일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다.끌려가 조사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고의로 어로한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탈출했고, 사상교육을 받고 북 체제를 찬양한 뒤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간첩 지령을 받아 귀국했다는 혐의다.
대법원은 “자의로 들어간 이상 북괴집단의 구성원과 회합이 있을 것이라는 미필적 예측이라도 하였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납북을 자초했으니, 이후의 행위는 강요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간첩죄 등을 무죄로 판단한 하급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1973년 9월13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대법원 선고 기사. 신평옥씨의 간첩 혐의를 유죄 취지로 환송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서랍속 국가폭력 기록 224건’을 취재하면서 중점을 둔 건 재심을 하지 않은 당사자를 찾는 일이었다. 과거사 단체, 변호사 및 전문가들에게 문의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신평옥씨를 만난 것은 취재하던 중 그의 과거 주소지를 알게 됐고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던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수원 세모녀…‘왜 발견 못했나’ 대신 ‘왜 숨어야 했나’ 물어야어떤 가난은 순식간에 삶을 점령하지만, 어떤 가난은 서서히 무릎 꿇린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9유로' 파격적 금액의 독일 '대중교통 만능티켓' 인기｜아침& 월드유럽의 맹주인 독일의 물가가 거의 5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는데요. 가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석 달 전 독일이 '9유로짜리 대중..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두번째 봉하마을 방문…고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개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깨어있는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김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9월 3일부터 입국전 검사 폐지...신규환자 10만 3,961명·위중증 569명입국 전 코로나 검사 다음 달 3일 0시부터 폐지 / 입국 후 1일 이내 PCR 검사는 유지 /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권성동·이재명 환담서 묘한 신경전...되로 주고 말로 받은 사람은?이재명 “서민임대주택, 노인·청년일자리 예산 삭감하면서 초대기업·슈퍼리치 감세...서민 눈물 닦는 게 정치라면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경찰, ‘성접대 의혹’ 이준석 소환 통보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전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