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며 만두 한 알 입에 넣을 만한 계절이 기어코 왔다. 만둣국 한 사발 비우며 ‘어, 시원해!’ 하고 내뱉어도 덜 민망한 계절이 왔다. 한 알만 입안에 채워도 단박에 흐...
호호 불며 만두 한 알 입에 넣을 만한 계절이 기어코 왔다. 만둣국 한 사발 비우며 ‘어, 시원해!’ 하고 내뱉어도 덜 민망한 계절이 왔다. 한 알만 입안에 채워도 단박에 흐뭇해지는 이 음식은 온 지구 어느 민족에게나 있는 기본기술 음식이다.
만두는 어떤 음식인가? 한마디로 소를 피에 싸 빚어 익혀 먹는 음식이다. 밀가루피가 기본이지만 메밀가루라고 안 될 거 없다. 감자전분도 피가 된다. 생선살, 생선껍질에 전분을 더해 피를 만드는 한식 어만두도 재미나다. ‘만두’라는 말도 그렇다. 이제 곳곳에 자리 잡은 중앙아시아 음식점에 가면 만두 비슷한 음식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스탄’ 붙은 나라에서 온 사장님은 중앙아시아식 밀가루피 음식을 ‘만티’라고 소개한다. 동서 문명의 교차로 캅카스, 그 너머 아나톨리아, 튀르키예 사람들도 ‘만티’라는 말을 쓴다. 또 다른 교차로 위구르의 말은 ‘만타’이다. 위에 손꼽은 지역 곳곳에 ‘만투’라는 말도 섞여 있다. 국수의 나라 이탈리아는 어떨까? 동그랗게 빚는 토르텔리니, 마름모꼴 라비올리가 또한 만두와 닮은꼴이다. 한국인의 눈에 ‘어, 만두네!’ 하는 토르텔리니, 라비올리 등은 파스타 갈래에 든다. 반죽 쳐 재단해야 나오는 음식이니 당연한 분류다. 중국 음식의 감각으로도 그렇다. 중국에서 만두류는 국수의 갈래에 든다.
다시, 만두 하면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만두를 갖가지로 갈래지어 놓았다. 중국 사람들에게 만두는 쉽게 말해 소 없는 찐빵이다. 다시 거칠게 요약해, 소 채운 찐빵은 포자이다. 한식 만두에 가까운 종류는 교자이다. 이 가운데 차와 함께 간단히 먹는 차림을 ‘점심’이라고 한다. 딤섬 가운데 피가 도톰하니 폭신한 것에는 포가 붙고, 얇은 피로 작게 빚으면 교다. 위가 터져 있는 꼴에는 매가 붙는다. 특히 소를 볶아 넣고 위를 터 빚으면 소매라고 한다. 이제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시우마이’가 이것이다. 그러고 보니 교자는 일본의 패전 뒤, 중국에서 일본으로 들어간 일본인에 의해 ‘교자’라는 말과 함께 일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편 한국 화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이른바 중국 만두가게에 ‘천진포자’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했다. 천진 하니 말이지만 1881년 청나라 톈진으로 건너가 고된 업무를 감당했던 김윤식의 일기가 떠오른다. 1882년 2월16일 새벽부터 내린 비는 정오까지 이어졌다. 길은 진흙탕 바다가 됐다. 저녁에는 미친바람이 불고 추위가 파고들었다. 이때 지인이 외로운 외교관에게 만두와 국수를 차려주니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같았다”. 몸과 마음이 풀린 김윤식은 새벽 2시까지 지인과 수다를 떨다 잠에 빠졌다. 김윤식은 어떤 만두를 맛보았던 것일까? 1858년 문을 연 톈진의 명물 ‘구부리만두’였을까? 산동과 한반도는 일찌감치 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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