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한다면/ 그대는 반드시 살아/ 내 이야기를 전하게/ 내 물건들을 팔아/ 한 조각의 천과 한 뭉치의 실을 사게,/ (그걸로 꼬리 긴 하얀 연을 만들게)/ 가자의 ...
“내가 죽어야 한다면/ 그대는 반드시 살아/ 내 이야기를 전하게/ 내 물건들을 팔아/ 한 조각의 천과 한 뭉치의 실을 사게,/ / 가자의 어딘가에 있을 아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가/ 섬광 속에서 떠나버린 아빠를/ 아무에게도 작별을 고하지 못한 채/ 제 몸뚱이에도/ 제 자신에게도 작별을 고하지 못한 채 떠나버린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가/ 하늘에 떠 있는 연을, 그대가 만든 나의 연을 볼 수 있게/ 잠시나마 아이가 저기 천사가 있다고/ 사랑을 가져다줄 천사가 왔다고 생각하게 해주게/ 내가 죽어야 한다면,/ 희망이 되도록 해주게/ 이야기가 되도록 해주게.”
영문과 교수였던 그는 학생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세상, 우리를 인권단체가 발표하는 숫자로만 파악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써야 한다고, 세상의 모든 언어로 우리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그는 팔레스타인 젊은 작가들과 해외 작가들을 연결하기 위해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젊은 작가들의 글을 모아 도 펴냈다. 지난주부터 노벨 문학상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몇년 전 작품을 읽고 팬레터를 보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의 수상이라 나 역시 기뻤지만, 기쁜 이야기로도 사람이 소진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게다가 ‘거대한 파도’ 같은 축하 행렬에 올라탄 문학이 내게는 너무나 낯설어, 축하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물방울 하나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이 상갓집인데 무슨 마을 잔치냐.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떠올리며 한강 작가가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물론 작가는 달을 가리키는데도 사람들은 그 손이 어찌 그리 고우냐고 말하는 중이고, 작가는 전쟁의 폐허를 떠올리는데 그를 배출한 대학은 그의 이름을 단 문학의 궁전을 구상 중이다. 역시 세상은 문학으로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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