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 두 곳에서 추진 중인 중장년 전용 공간에 관한 자문을 했다. 두 지역 모두...
최근 지방자치단체 두 곳에서 추진 중인 중장년 전용 공간에 관한 자문을 했다. 두 지역 모두 단체장 공약 사업이었는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에서 중장년 전용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치인들의 ‘핫한 공약’으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중장년에게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가정과 학교, 일터 밖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비공식적 공공생활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울리려면 결국 그럴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이것을 ‘제3의 장소’라고 정의했다. 요즘 현대인이 앓고 있는 공동체 상실이나 고독감의 원인도 이러한 제3의 장소가 쇠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퇴직 후, 홀로 새로운 삶의 전환점에 섰을 때 관계의 단절은 예상했지만, 정작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장소의 상실’이었다”라는 김수동 전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의 글은 중장년에게 도서관과 카페를 넘어선 ‘제3의 장소’가 부재하다는 울림을 던졌다. 이런 의미에서 생애전환기 중장년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일을 도모할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일찍부터 공간에 관심이 많아서 ‘공유 공간’ 창업도 해보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지역 평생교육 시설과 서울 중장년 센터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포괄적으로 경험하면서 얻은 통찰은 이런 것이었다. 공간이 어떻게 기획되고 운영되느냐에 따라 사람들 간의 소통, 교류 정도는 달라진다. 같은 중장년 시설이어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이용자 특성과 욕구는 달랐다. 그럼에도 현재 전국의 중장년 시설들은 지역 특성과 별 상관없이 비슷비슷한 기능과 구조를 가지고 있어 조금 의아하다. 마치 유행을 좇듯 1층에 카페는 필수고, 공유 사무실이나 공유 주방, 디지털·미디어실 등을 요리조리 구색 맞추기로 배치하는 느낌이다.
공공기관 행정 절차상 콘텐츠 개발 이전에 공간 설계가 먼저 진행되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외면당하는 공간도 많다. 지역 곳곳에 이런저런 공공시설들이 많지만 청소년·노인센터처럼 세대와 계층을 분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건축과 도시계획으로는 제3의 장소가 지향하는 ‘어울림’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간은 많아졌지만 활력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공간의 힘은 규모나 세련된 디자인이 아니라 ‘활력’에서 나온다. 활력을 만드는 것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스토리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손때 묻히며 하나하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명력이 싹튼다. 각종 매뉴얼이나 규제가 많아질수록 공간의 자율적 기능은 무뎌지고 말 그대로 ‘이용시설’로 전락될 수 있다. 어디에 우선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정적 문제들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10여년 전부터 회자되었던 ‘공간이 운동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플랫폼이 되는 공간의 힘 말이다. 지역에서 무슨 무슨 지원센터란 이름으로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어울리는 공간을 만나고 싶다. 위아래 세대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장년 시설이 주민들의 사랑방 공간으로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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