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푸르고 깊은 바다 사이’(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돌봄 경제학’의 선구자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경제학)는 24일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전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경쟁, 연대, 그리고 돌봄: 한국의 인구유지 수준 회복을 위한 길’을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돌봄 경제학’의 선구자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는 24일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강연에서 현재의 ‘인구 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표현은 영미권에서 두 가지 위험한 상황에 갇힌 상태를 의미한다. 폴브레 교수가 지목한 두 가지 위험한 상황이란 출산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와 가족 돌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자본주의’다.전통적인 경제학에선 “개인이 각자 이익을 추구하면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런 믿음은 통하지 않는다. 폴브레 교수는 “‘각자도생’은 멸망을 향한 지름길”이라면서 “인간의 역량을 만들고, 개발·유지하는 돌봄은 특히 협력에 크게 의존한다”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부장제는 자본주의와 결합해 돌봄 노동을 맡은 여성을 ‘경제적 성과’에 기여하지 않고, 남성에 의해 ‘부양받는’ 존재로 종속시키는 것을 합리화했다. 폴브레 교수는 “자본주의는 가족 돌봄을 충분한 보상없이 이용했다”고 말했다.폴브레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개별 정책이 성공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반등시키지 못한 한국의 저출생 정책에 대해 “생산과 출산을 연계하는 기본적인 틀이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이는 사회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엄격한 형태의 성별 분업을 강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재’로 취급돼온 여성의 가족 돌봄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하고 ‘값싼’ 행위로 인식되온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단 의미다.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 체제도 부모가 되는 걸림돌로 지목됐다.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저소득층의 임금에 하방 압력을 주고, 이들이 고소득층의 고임금 직업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 미래에 확신을 갖기 어렵고, 연애·결혼·자녀양육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폴브레 교수의 진단이다.폴브레 교수는 가부장제의 ‘백래시’가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 봤다. 일각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과 출산율 하락을 연결지으며, 성평등을 저출생의 원인으로 삼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은 낮은 출산율에 대한 최선의 전략을 ‘가부장제 회귀’라고 믿는 것 같다”면서 “이를 강압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대 경제에서 요구되는 높은 품질의 돌봄과 방향성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제도를 재설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폴브레 교수는 “성공의 척도를 국내총생산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신축이 끌어올린 대학가 임대료···‘보이지 않는 손’은 없었다대학들이 밀집한 서울 서대문구에 집중 공급된 신축 소형 임대주택이 기존에 있던 구축 소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끌어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에서 양질의 임대주택을 아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손만 잘씻어도 감기·설사 줄여요질병청 '30초 닦고 잘 말려야'화장실 이용 24% 손 안 씻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소설가는 보이지 않는 잉크로도 책을 써야 한다'1993년 흑인 최로로 노벨문학상 받은 여성 작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친한 “건배사 기회도 안 줘”…친윤 “한동훈 스스로 말 안 해”지난 24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놓고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친한계 “한동훈에게 독대·발언 기회 안 줘” vs 친윤계 “스스로 얘기 안 해”지난 24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놓고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피해자에게 1억원 물어줘야...배상 확정피고 항소했으나 관련 절차 진행 안 해 항소장 각하 성폭행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 대법원 20년형 확정 피해자, 부실 수사로 국가 상대 손배 소송 제기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