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 발자취] 미주 지역 민주·통일운동가 지 교수를 기리며
선생은 해외동포 사회에서 한국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주도한 분으로 알려져 있고, 1980년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씨 석방을 요구하는 100만 명 서명부를 모아 유엔 인권위원회에 직접 전달한 분이다.고인은 1923년 평양 인근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광성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에 유학했다. 당시 주오대 강당에서 ‘조선인 유학생 특별지원병 궐기대회’가 열렸는데 학도병 권유 연사였던 육당 최남선에게 “총독부에 매수당해 왔으면 그저 솔직하게 나가 죽으라고 하지 왜 빙빙 돌려서 말을 합니까? 우리는 절대로 일본을 위해 목숨을 버리지 않겠소”라고 항의하고 학도병을 거부했다. 그리고 징집을 피하다가 붙잡혀 일본의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야하타에서 고사포 사수가 되었다. 하지만 미군 B-29 폭격기가 조선의 독립을 돕는다고 생각해 일부러 조준하지 않고 쏘았다고 한다.
해방 후 서울의 연희대에서 학업을 계속하던 중 선생은 ‘국립서울대학교 종합화안’ 반대 투쟁에 동참하였고 이 때문에 서북청년단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실명 위기를 겪었다. 부산 피난 시절에는 보도연맹 가입과 일부 지인의 모함으로 방첩부대에 붙잡혀 해운대 백사장에서 처형될 위기에 몰렸지만 평양 출신 장교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그 후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다, 1953년 29살에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6년 만에 듀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초 드루대 교수 시절에는 진보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와 함께 월남전 반전운동에 앞장섰다. 1966년 롱아일랜드대로 자리를 옮긴 후 1971년 선생은 휴전협정 이래 북미 교포로는 처음으로 알제리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그것은 두고 온 어머니와 형제자매를 찾고 사회학자로서 북한의 사회 실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선생은 30대 후반부터 서당에서 배운 붓글씨 솜씨로 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뉴욕 맨해튼에 있는 김환기 화백의 집 겸 아트리에에서 기라성 같은 한국 화가들과 교류했다. 김환기·김향안 부부를 구심점으로 김창열·김보현 화백, 백남준 작가, 10여 살 아래인 존 배 조각가, 김차섭 화백 등이었다. 존 배의 부인 이은숙씨에 의하면 선생은 위의 화백들과 예술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한다. 김환기 화백은 선생을 극진히 아꼈고, 거침없는 말투의 김향안 여사도 지 선생만은 어려워했으며, 후에 김 화백의 장례 주도를 선생에게 부탁했다.이제 고인은 하늘나라에 가셨다. 거기서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어머니와 독신으로 지내며 기다렸던 연인 최윤애 교수를 만났을 것이다. 힘든 삶을 살았지만 선생은 올바른 일에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긴 진보 지식인이었고, 미술계의 거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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