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문학관도, 공원도, 거리도 하지 마라”···‘난쏘공’ 조세희에게 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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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문학관도, 공원도, 거리도 하지 마라”···‘난쏘공’ 조세희에게 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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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연단이나 대열 맨 앞에서 지도자입네 허세를 부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기 조세희 선생이 있다’라고 한 번쯤 외쳐주고 싶을 때가 참 많았다. 난쏘공의 작가는 늘 그렇게 평범했고 낮았다.

송경동 시인은 조세희 작가 별세 이후 마음이 아파 추모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2023 길동무 청년문학학교’를 준비하며 펜을 잡았다. 학교 강사이자 실무자인 그는 “학교 일을 조 선생님에게 빚을 갚는 걸로 여기고 있다. 세상에 덜 알려진 선생님 마음과 일화를 전해야겠다”며 추모글을 보냈다.

그해 노동자문학학교를 준비하면서는 부를 수 있는 강사진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대중 강좌이다 보니 조금은 알려진 작가들에게 부탁해야 했는데, 전화할 때마다 “노동자문학회라고요?” 하며 시큰둥하거나 냉소적으로 반응하던 목소리들이 다수여서 연락하기가 두렵기도 했다. 그때 문득 조세희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당시에도 최상층에 속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근래는 그런 이들을 일러 ‘문화 권력’이라고 표현도 한다. 그런 분이 이렇게 쪼그라든 노동자문학회 강의를 맡아주시겠어. 그것도 쥐꼬리만 한 강의료밖에 못 드리는데…. 한번 연락이라도 드려보자고 했는데, 의외였다. 물론 선생님은 우리가 아직도 해묵은 ‘노동자문학’의 깃발을 내리지 않고 있는지를 잘 모르고 계신 상태였는데, 그게 더 갸륵하게 보였던 거 같다. 대중 강좌는 아예 안 하신다는데 노동자문학회라고 하니 와 보시겠다고 했다. 대신 강의료는 필요 없으니 그냥 오시겠다고 했다.

조세희 선생님은 자신의 문학을 고귀한 생명의 사회적, 역사적 존엄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생각했다. 몇몇 자리나 글에서 표현하셨듯이 그는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된 ‘칼’의 시간에 작은 ‘펜’”으로 저항을 준비했다.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여기부터는 벼랑이라고 적었다. “이런 슬픔, 이런 불공평, 이런 분배의 어리석음이 미래에는 없기를” 바라는 시대의 경계표지, 주의표지를 열두 개의 단편으로 정리했다. 그 주의표지에는 우리 시대의 약자, 가난한 자, 소수자, 소외당하고 핍박받는 모든 이의 분노와 설움이 투명한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적혀 있었다. 불의에 저항하는 그들의 분노와 사랑과 이상이 간결하고 투명한 문체로 함축되었다. 시대의 약자들은 난장이로, 꼽추로, 앉은뱅이로 상징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이 작고, 구부러졌다고 누구나 갖는 존엄한 ‘인격의 양’까지, ‘생명의 양’까지 작은 것은 아니었다.

2009년 용산에서 철거민 다섯 명이 불타 죽던 날 늦은 밤 통화도 잊을 수 없다. 현장 상황을 물으셨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경동이가 그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라는 말씀이 얼마나 기운이 되었는지 모른다. 용산참사 첫날, 인근 철도노조 사무실을 빌려 대책회의를 하곤 시민들에게 현장으로 와 달라고 긴급 타전을 쳤다. 엠프 등 실무 준비를 해두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긴급히 잡은 추모제 프로그램이 없으니 추모 시를 하나 쓰자고 했다. 다시 철도노조 사무실로 달려가 컴퓨터 한 대를 빌려 무슨 말들인가를 써 내려 갔던 것 같다. 울부짖었던 것 같다. 시 낭송을 마치고는 참사 현장으로 달려 온 분노한 사람들과 함께 수십 겹 경찰 방어막을 뚫고 청와대까지 내달렸다. 중간에 시청 광장 앞쪽에서 경찰 방어막에 막힌 대오가 명동성당으로 턴했다. 그곳에서 투석전이 일어났다. 그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던 칠흑 같던 밤이었다. 고마웠다.

한번은 선생님께서 가장 신뢰하던 사진가 노순택 형과 별 정신없는 나를 따로 부르신 적이 있다. 경기도 양평 산골짜기에 있는 생가 마을을 가는데 함께 동행해 달라는 특별한 부탁이셨다. 당시 양평군에서는 선생님의 생가 마을에 ‘조세희 문학관’을 세우겠다는 그럴듯한 제안을 해오고 있었다. 집성촌이라 모든 일가친척들이 종친회를 이루고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한참을 달려도 시골 점방 같은 것 하나도 안 나오는 벽촌의 산기슭 마을이었다. 그곳에 수십억 원의 돈이 들어오고 ‘조세희 문학관’을 세워 준다니 종친회와 일가친척들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압박이 무척 심하시다고 했다. 자신이 흔들릴 것 같아 자네들을 부른 거라고 의견을 말해달라고 하셨다. 이미 본인은 마음 결심이 서셨기에 우릴 부러 부른 거라는 걸 알아 더 말할 게 없었다. 돌아오는 어느 길 변에 차를 세우고 담배 한 대를 태우시며 노욕이 되거나 추해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 한마디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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