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전설의 모든 것 / 얀 해럴드 브룬반드 지음 / 박중서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야기는 생기고 퍼져 나간다. 낭설 혹은 괴담의 형태로 확산하는 이런 이야기를 흔히 도시전설이라고 한다. 대개 친구의 친구, 그 지인의 지인에게 벌어진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때로는 섬뜩한 사건을 다룬다. 출처도 진위도 불분명한데 ‘카더라 통신’을 타면서 누군가는 ‘진짜’라고 믿는 소문이다. 도시전설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 270편의 도시전설과 그 원형을 추적해 실었다. 한국어판 기준으로 무려 1016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도시전설’이란 단어가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건 미국 민속학자 리처드 도슨의 1968년 인쇄물이며, 1980~1900년대에 미국 유타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저자가 일련의 책을 출판하면서 대중화됐다.
저자는 앞서 낸 도시전설 선집과 오랜 기간 수집한 독자의 제보 편지, 대중매체의 텍스트 등에서 이야기를 선별했다. 대부분 책의 한쪽 면을 넘지 않는 짧은 분량이다. 주제는 애완견, 자동차, 성적 농담, 사소한 실수, 육아, 학교, 오염, 질병, 공포 등 다양하다. 저자는 대부분 ‘해설’을 덧붙여 이야기의 출처, 변주되는 방식, 근거가 된 실제 사건 등을 설명한다. 이렇게 도시전설을 한데 모은 건 이들 이야기에서 현대 사회의 문화와 인간 심리를 배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전설이 마냥 지어낸 이야기만도 아니란 얘기다. 가령 ‘코카콜라 속의 생쥐’라는 이야기는 밀폐된 채 유통된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수많은 사건·사고의 한 사례다. 실제로 1971년 조지 페탈라스라는 76세 남성이 자동판매기에서 산 코카콜라 병 안에서 생쥐의 다리와 꼬리를 발견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며 미국 버지니아주의 병입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2만 달러를 받았다. 이런 소송이 수십 수백건은 된다. 저자는 다만 “소송 자체는 실제이지만 구전담은 실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구전담은 이미 원래의 사실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구비전승으로 변모한 다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도시전설은 이야기적으로 훌륭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초점이 명확하며, 균형 잡힌 플롯을 따른다. 널리, 오래토록 전승되기에 최적화 됐다. 도시전설을 규정하는 요소도 진실이냐 허구냐가 아니라, 구두 반복과 변형이다. 따라서 도시전설을 탐구하면 사람들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는 어떤 구조를 갖는지, 서스펜스와 유머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 학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설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도 도시전설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또 작가 이언 매큐언, 더글러스 애덤스, 토니 모리슨 등이 도시전설의 플롯을 작품에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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