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운의 사색(史色)5월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폴란드의사 코르차크의 삶
소년의 눈빛이 공포에 일렁입니다. 그의 떨리는 손을 한 중년 남성이 꽉 잡아줍니다. 군인들에 의해 끌려온 차디찬 창고,"철컹" 소리가 들려온 직후였습니다. 자물쇠를 거는 소리였지요. 죽음을 예고하는 장송곡처럼 들렸습니다. 주름이 가득한 이 남자는 애써 미소 지으며 주변 아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지요. 두려워하지 말자고, 잠깐 눈 감고 일어날 뿐이라고, 눈을 다시 떴을 땐 푸른 잔디와 구름이 펼쳐질 것이라고.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진 듯 보였습니다.
그의 감성은 때로는 문학적 재능으로 피어나기도 했지요. 꽤 여러 권의 습작을 써 내려갔습니다. 1898년 바르샤바 의대에 들어간 뒤 소아과 의사가 된 뒤에도 펜을 내려놓지 않았지요. 한 잡지에 기고한 '응접실의 아이'란 글로 그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이때 사용한 필명이 야누시 코르차크였습니다. 의사로서의 헨리크 골드슈미트와 문학가로서의 야누시 코르차크, 두 정체성이 싹을 틔운 것이지요.타고난 인성의 사나이였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진료비도 청구할 줄 모르는 순둥이였으니까요. 그 대신 부자 환자들에게는 거금을 요구할 줄 아는 대범함도 있었습니다.
바르샤바 시민사회는 놀랐습니다. 지역 스타인 그가 고아원 원장을 맡기로 전격 결정을 했기 때문이었지요.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웃으며 이야기합니다."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를 위해서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의 밑에서 일해보고 싶은 수많은 젊은 청년이 몰려들었지요. 선의 선순환이었습니다.역사의 격랑이 코르차크와 아이들을 덮칩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입니다. 코르차크의 나이 61세. 노의사가 운영하는 고아원 주위로 폭탄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는 재빠르게 나가 상황을 살피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을 불러놓고 웃으며 이야기했지요."얼른 피해야겠다. 내 대머리는 비행기가 표적으로 삼기에 딱 좋을 테니까." 아이들의 웃음이 까르르 터졌습니다. 그는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지요. 나치가 바르샤바를 점령하고 이미 도시는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 순간 한 독일 장교가 그에게 쪽지를 건넸습니다."신호를 주면 당신을 이 행렬에서 빼주겠소." 유럽에서 유명 인사인 코르차크를 알아본 것이었습니다. 그가 또 한 번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 섰습니다. 코르차크는 그러나 전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홀로 산다는 건 구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삶도 죽음도 그에겐 아이와 함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었지요. 쪽지를 되돌려준 그는 다시 동요 없이 걸음을 옮겼습니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때로는 아이들이 잘 오고 있나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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