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이었을까, 동네에 반려 너구리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었다. 첫날엔 군데군데 붙어 있었는데 그다음 날엔 집집마다 전봇대마다 버스 정류장마다 빼곡히 붙은 것이었다. 이름은 쿠니라고 했다.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 파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영화가 끝날 땐 관객에게 안겼던 슬픈 감정을 거두어 가주는 게 이런 영화에 걸맞은 상도의가 아닌가 싶은데 이 영화는 그러질 않았다. 어쩌면 그러려고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한 것일까? 극장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매우 무거웠고, 심지어 자고 일어난 다음 날에도 울적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 것이었다. 아아, 로켓, 라일라, 플로어, 티푸스… 그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슬퍼질 것만 같다. 특히 수달의 경우 그 귀여운 얼굴을 밝은 기분으로 보는 건 아무래도 나의 남은 인생 동안 불가능하리라 전망된다. 어쩌면 이 영화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건 요즘 내 상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갯과 동물의 둥글면서도 뾰족한 주둥이와 그 끝에 맺힌 까맣고 촉촉한 코, 그리고 콕 박힌 단추처럼 깊은 두 눈이 이루는 삼각형을 보면 몇 달 전 떠나보낸 개가 그리워서 마음이 욱신거린다. 풋코오, 풋코오오오~.
아니면 혹시 그 비슷한 느낌이 원래의 감각을 덮어버려서 더 빨리 흐려지게 할까? 한 달 전쯤이었을까, 동네에 반려 너구리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붙었다. 첫날엔 군데군데 붙어 있었는데 그다음 날엔 집집마다 전봇대마다 버스 정류장마다 빼곡히 붙은 것이었다. 이름은 쿠니라고 했다. 동물원에서 학대당하고 유기당한 개체를 입양해서 키운 모양이었다. 전단지 내용이 꼼꼼하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해서 더욱 마음이 쓰였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전단지가 떨어지면 금세 업데이트된 버전의 전단지가 새로 붙는 일이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동네 생활정보 앱에는 이웃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쿠니의 동선을 표시한 지도가 올라와 있고 간혹 공원 같은 데서 찍힌, 누가 봐도 너구리의 엉덩이와 꼬리일 수밖에 없는 사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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