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철제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 두 개가 딸린 좁고 어두운 복도가 나타났다. 두 문 중 아귀가 맞지 않는 흰 문을 열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TV와 냉장고,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난 곁’의 ‘힘겨운 쉼’ 끝내고… 초여름 더위가 한창인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쪽방을 찾았다. 이곳에 살던 생계급여 조건부 수급자 임모씨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 사망 이후 그의 물건은 모두 치워졌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가난 곁’의 ‘힘겨운 쉼’ 끝내고… 초여름 더위가 한창인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쪽방을 찾았다.
이곳에 살던 생계급여 조건부 수급자 임모씨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 사망 이후 그의 물건은 모두 치워졌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8일 서울 영등포역 철로 옆 쪽방촌.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큰 소음이 울려 퍼졌다. 동네 곳곳에는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었다. 쪽방촌 골목으로 들어가자 나무판자와 합판을 엮어 만든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었다. 그중 한 집에서 지난 1일 임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쪽방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삐걱대는 철제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 두 개가 딸린 좁고 어두운 복도가 나타났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TV와 냉장고, 선풍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은 임씨 사망 이후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임씨가 일을 마치고 오면 몸을 누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일 오전 8시30분쯤 쪽방에서 숨진 임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다’는 이웃 ㄱ씨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발견 당시 임씨는 숨진 지 3일가량 지난 상태로 추정됐다. 임씨는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가족을 찾아 임씨의 시신을 인계했다. 혼자 살던 조건부 기초생활 수급자 임모씨가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쪽방. 8일 현재 임씨가 쓰던 물건은 모두 치워졌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han.kr“쪽방 거주 30%는 비수급자”“며칠 전 연락이 안 돼서 문을 두드리니 ‘괜찮다’고 했어요. 그게 마지막 대화였죠.” 임씨는 ㄱ씨와 20년 전 인력사무소에서 만나 알고 지내왔다. 임씨는 올 들어 ‘1년만 지나면 쉴 수 있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그는 조건부 기초생활 수급자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근로능력이 인정된 사람은 자활사업에 참여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만 65세부터는 일을 하지 않아도 수급 대상이 된다. 임씨가 1년을 기다렸던 이유다. 임씨는 구청에서 일을 받아 주 5회 하루 4~5시간씩 주민센터·공원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지난달에는 급여로 약 69만원을 받았다. 쪽방 월세인 20만원은 주거급여를 받아 냈다. 월 급여 69만원은 2020년 1인 가구 최저생계비 105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임씨가 건강검진·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ㄱ씨는 말했다.쪽방촌 주민 대다수는 적은 급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를 보면 당시 조사 대상 302명 중 임씨처럼 자활근로 등을 하며 급여를 받는 수급자는 7.3%였다. 미취업자가 가장 많았고, 임시일용직이 뒤를 이었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조사 결과 대사성 질환을 앓는 비율은 42.9%, 치과 질환은 27.1%였다. 병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비율도 14.1%였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년 쪽방 거주민 폐결핵 검진 시범사업’ 결과, 이들의 결핵 발생률은 전체 평균에 비해 12배 높았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쪽방촌은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의 최후 거주지”라며 “쪽방촌 주거민이 수급을 받아도 최저생계비 이상으로 받지 못한다. 육체·정신 질환에 대한 개입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의 30%는 비수급자다. 이성민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 실장은 “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큰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마저 크게 줄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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