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과 언어 학습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대한민국 뉴스 뉴스

‘희랍어 시간’과 언어 학습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 📰 hanitweet
  • ⏱ Reading Time:
  • 68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0%
  • Publisher: 53%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2024년 10월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겠다. 이미 몇년 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읽었는데, 읽지 않고 미뤄둔 ‘희랍어 시간’을 꺼내 읽었다. 문학 작품에서는 찾기

지난달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방문객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장예지 기자 [email protected]년 10월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겠다. 이미 몇년 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읽었는데, 읽지 않고 미뤄둔 ‘희랍어 시간’을 꺼내 읽었다. 문학 작품에서는 찾기 어려운 언어 학습에 관해 깊이 파고 들어가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의 양육권을 갖는 데도 실패한 주인공은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는 다시 말을 하기 위해 고전 희랍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희랍어 박사인 강사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독일에서 오래 살았던 그는 한국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시력이 상실되어 가는 것을 덮으려고 노력한다. 이름이 없는 두 주인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소통하며 고통을 나누게 된다.‘희랍어 시간’은 언어 학습을 둘러싼 두개의 화두를 다룬다. 첫째는 모어다. 20세기 후반 발달한 언어학 이론의 핵심은 원어민의 완벽함이었다. 원어민의 능력과 직관의 역할을 강조한 노엄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 이론이 특히 그랬다. 이는 외국어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학습자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원어민과 같은 수준’이라는 인식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이 논리에 따라 대상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원어민은 완벽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늘 부족하다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두번째는 외국어 학습과 교수 방법이다. 고전 희랍어는 이른바 ‘죽은 언어’이기 때문에 말하기와 듣기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 수업은 주요한 텍스트에서 사례를 뽑고 문법과 단어 설명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고전어 학습 방법은 이미 18세기부터 일반 외국어에도 적용해왔다. 19세기 말부터 외국어 교육을 말하기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졌지만 문법과 독해 중심 외국어 교육은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1980년대 무렵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영국에서 시작한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의 유행으로 문법과 독해 중심 외국어 교육이 지루하고 효과가 없다고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점차 문법과 독해 교육은 외면받았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이런 경향과는 완전히 반대다. 꼼꼼한 문법 설명과 사례를 좋아하고 지적 자극을 받는다.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언어의 깊은 구조적 부분에 빠지는 것 역시 그들에게는 일종의 피난처라 할 수 있다.

이들만 그런 건 아니다. 언어 학습은 주류 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난처를 찾는 이들에게 꽤 유용한 선택지였다. 주인공들처럼 고전어를 배우려는 이들도, 남들이 잘 모르는 언어를 공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원어민을 초월하는 이른바 ‘언어 천재’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언어 학습의 세계로 피난을 떠나 홀로 해방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배우면서 가상의 피난 공동체의 소속감을 만끽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걸로 된 걸까. 주류 사회의 언어적 통치 아래 온전한 해방을 이루는 게 가능할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은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hanitweet /  🏆 12.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돌봄 부담에 결혼 포기한 '영케어러' 첫 조사돌봄 부담에 결혼 포기한 '영케어러' 첫 조사통계청 내년 인구주택총조사저출생 고령화 해결 초점맞춰중증질환·장애가족 돌봄청년처음 현황 파악해 정책에 반영조사원 3만명·예산 200억 증액다문화 반영해 20개 언어 지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언어 발달 느린 아이, 책보단 이걸 더 해주세요언어 발달 느린 아이, 책보단 이걸 더 해주세요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처음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기쁨이나 환희 같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 작은 생명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돌아보면 아이를 양육하는 내내 나는 모든 발달의 지점마다 노심초사했다. 그럴 때 특히 도움이 됐던 건 원민우 교수의 SNS였다. 15년 경...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40년 외교통의 우려 '북러 혈맹으로 한반도 평화 멀어져, 대통령 거친 언어 위험'40년 외교통의 우려 '북러 혈맹으로 한반도 평화 멀어져, 대통령 거친 언어 위험''우리 외교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과 공간을 다 버리고 진영 구도에 매몰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일까? 국민들이 그걸 원할까?'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와 한 인터뷰에서 '좌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넘어 파병이라는 극단적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무엘윤 '내 언어 찾은 한국서 새로운 시도…종합예술 선뵐 것'사무엘윤 '내 언어 찾은 한국서 새로운 시도…종합예술 선뵐 것'(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어떻게 관객들에게 좀 더 색다르고 새로운 시도, 새로운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사이테크+] ''기억'은 신경세포만의 기능 아니다…성상세포도 기억에 관여'[사이테크+] ''기억'은 신경세포만의 기능 아니다…성상세포도 기억에 관여'(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기억이 학습 사건에 반응하고 기억 회상을 제어하는 뇌 신경세포(neuron)의 활동으로 설명돼온 것과 달리 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콘텐츠 무임승차 멈춰라'…WSJ 등도 AI기업 상대 저작권 소송'콘텐츠 무임승차 멈춰라'…WSJ 등도 AI기업 상대 저작권 소송(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심혈을 기울여 생산한 기사를 무단 수집해 인공지능(AI) 학습 등에 활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AI 기업들을 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Render Time: 2025-04-16 01:4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