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살수차 운영 감독을 소홀히 해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유죄가 8년 만에 확정됐다.
백남기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당시 경찰은 백씨의 머리와 가슴 윗부분을 향해 물대포를 약 13초간 직사 살수했다. 이 때문에 넘어진 백씨는 두개골 골절과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10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이듬해 9월 숨졌다. 구 전 청장은 집회의 지휘·감독을 소홀히 해 백씨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구 전 청장의 유죄 여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1심은 구 전 청장이 “총괄책임자로서 살수차 운영지침에 허가권자로 명시돼 있지만, 권한을 현장지휘관에게 위임해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구 전 청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실시간 개입이 가능한 구조였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 지휘관에게 반복해 살수만을 지시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장 지휘관에게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음을 경고하거나 조치를 취했더라면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구 전 청장에 대한 벌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도 각 공동 피고인들의 과실과 합쳐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진압에 관하여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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