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수풀이 무성해 낫으로 길을 만들며 들어간 오래된 아틀리에. 전기가 끊어진 어두컴...
[주간경향] 수풀이 무성해 낫으로 길을 만들며 들어간 오래된 아틀리에. 전기가 끊어진 어두컴컴한 2층 다락방에 먼지가 수북했다. 일본 미술품 운송회사 운반사들이 작품을 찾는 동안, 내 마음도 분주해졌다. ‘분명 100호짜리 큰 그림 뒤에 장욱진의 작은 그림이 포개져 있을 거야’, ‘다락방 모서리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놓여 있을 거야’ 등의 상상을 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던 중 다락방 한쪽에 있는 낡은 벽장에 눈길이 갔다.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는 낡은 벽장이었다. 벽장문을 겨우 반만 열고, 몸을 비집고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등을 켰다.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물건들 사이로 저 안쪽 깊숙이 비스듬히 꽂혀 있는 작은 액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설마 하며 손에 잡힌 그 액자를 벽장 밖으로 꺼냈다.어둠 속에서 끄집어낸 그 작은 액자는 그토록 찾던 장욱진의 ‘가족’이었다. 손바닥만 한 작은 그림 한가운데에 1955년이란 작품의 제작연도와 함께 장욱진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화가가 무척이나 아껴 항상 머리맡에 걸어 두었다는 1955년 작 장욱진의 ‘가족’. 이 작품은 사연이 참 많다. 공주사대 교수를 역임한 제자 이남규가 명륜동 집에 걸려 있던 이 작품에 반해 양복 안에 몰래 감추었다가 “아직 정도 안 떨어졌는데 가져가다니”란 장욱진의 소리를 듣고 다시 돌려주었다는 일화도 전한다, p.104.). 화가의 큰딸 장경수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린 가족도 그림 속 나무의 질감이 우둘투둘해 아버지에게 만져봐도 되는지 여쭙고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져 본 기억이 난다”라며, 일본에 건너간 ‘가족’을 장욱진의 대표작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p.142.).
먼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오자와 사다오 씨의 정보와 아들 시오자와 슌이치의 근무처를 파악했다. 김형국 교수의 회고를 참고해 바로 서신을 보내기보다는 일본 내 권위 있는 예술원 회원인 다카키 세이우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이우 선생은 슌이치 선생에게 직접 붓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 한·일 민간문화교류 차원에서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에 ‘가족’을 출품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의 편지. 그래도 답은 없었다. 4개월간 계속 서신을 보내며 간청하자, 결국 마음의 문을 연 슌이치 선생으로부터 회신이 왔다. 절망스럽게도 대답은 30여 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가족’을 찾아봤지만 집에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틀리에에도 그런 그림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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