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희귀 질환 에이퍼트 증후군으로 다섯 살 지완이는 손발가락이 붙어 태어나고 머리뼈 성장 장애를 겪고 있었다. 서울대병원 김병준 교수팀은 3년간 1000명의 어린이 머리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어린이 머리뼈 표준 데이터를 개발, 지완이처럼 두개골 조기 유합증 환자의 정밀 수술이 가능해졌다.
새해를 맞아 가족 여행들과 제주로 여행을 떠난 지완이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성정은씨 제공 다섯살 지완이는 선천성 희귀 질환인 에이퍼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손가락·발가락이 서로 붙은 채 태어나고, 자라면서 서서히 붙어야 할 두개골(머리뼈) 봉합(틈)이 조기에 붙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지완이 엄마 성정은(41)씨는 “임신 중 아이에게 합지증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아이가 나와 의심하게 됐다. 출산을 한달여 앞두고 대학병원으로 옮겨가 진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엄마·아빠의 빠른 대처로 지완이는 신생아 시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손·발가락을 갈라주는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머리뼈였다. 두개골조기유합증 이 있으면 뇌는 커지는데 머리뼈는 성장하지 않다보니 얼굴과 두상이 비대칭이 되고 뇌가 제대로 크지 못한다. 시력·지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머리뼈를 뇌 성장에 맞춰 늘려주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게 머리뼈 표준 데이터다. 나이별로 정상적인 머리뼈 앞뒤·양옆 길이, 모양, 용적 등을 참고해 최대한 그에 가깝게 만들어야 해서다. 기존에는 수술할 때 참고할 한국 어린이 머리뼈 표준 데이터가 없었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이 있는 환자 수가 적어 관련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의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수술법은 서양인의 머리뼈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국내 환자와 맞지 않았다. 수술 이후에도 일반인 대비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효과를 측정하기도 어려웠다. 김병준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30일 두개골조기유합 환자의 머리뼈를 수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병준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2022년 국내 두개골조기유합 어린이 코호트(집단 데이터)를 구축하는 한편 한국 어린이 표준 두개안면 성장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경북대·부산대·전북대·서울대치과대학 등과 함께 0~10세 일반 어린이 1000명의 머리뼈 데이터를 모았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에서 비롯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덕분에 연구가 가능해졌다. 3년의 연구 끝에 김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한국 어린이 머리뼈 표준 데이터를 만들어냈다. 김 교수는 “키·몸무게는 한국인 표준 데이터가 있어서 측정만 하면 또래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데, 머리뼈와 관련해선 머리 둘레 외에 아무런 데이터가 없던 것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건희 기부금이 있어 희귀병 어린이들을 위한 다기관 연구가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더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김병준 교수는 “아이마다 머리 모양이 다 달라서 수술장에 들어가서 수술법을 결정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수술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린다”라며 “3D프린터로 환자 두개골과 똑같이 생긴 모형을 만들어 수술 전날 미리 시뮬레이션해본다”라고 말했다. 표준 데이터를 참고해 머리뼈 어떤 부분을 절개하고 움직여야 할지 가상 수술을 하는 것이다. 머리뼈 모형을 제작하는데 100만원 이상 들지만, 이건희 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완이를 포함해 14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수술 이후 지완이는 여느 다섯살처럼 장난기 많고 활발한 아이로 크고 있다. 지완이 엄마 성씨는 “수술 이후 지완이가 잘 회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어발달은 다소 늦지만, 시력이나 인지능력은 정상이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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